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데다 자금조달
통로도 직접금융시장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산업은행은 시설자금대출외에 중소.벤처기업들의 채권을 인수
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14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자체조달한 돈을 기업에 시설자금으로
빌려준 금액은 지난 13일 현재 2조6천1백억원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 목표였던 6조7천6백10억원의 40%에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지난해 시설자금 대출실적 3조9천8백66억원과 비교해도 34.5%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전 96년 실적 6조6천6백41억원에 비해 60.8%나 업무실적이
줄어든 것이다.
산은의 시설자금대출은 지난 96년이후 97년 6조6천6백35억원, 98년
3조9천8백66억원으로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산은의 고민은 이같은 설비자금대출 위축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내년 설비투자 수요는 올해보다 5%정도 늘어난 36조1천억원 규모로 예상
되지만 은행에서 자금을 끌어쓰겠다는 비중은 21.9%에 불과해 대출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이전같은 차입경영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일반시중은행들도 대출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시설자금대출 업무를
확대하고 있어 이래저래 산은의 존속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95년 전체 금융기관의 시설자금 대출금중 37%를 차지했던 산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산은은 이에따라 내년에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및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회사채를 직접 인수하거나 기업에 자본금을 직접 출자하는
투자업무를 활성화해 위축되는 영업기반을 보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산은은 올해 6백억원 규모로 조성했던 벤처투자펀드를 내년에는
1천5백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5천억원 규모로 만들었던 중소기업지원 특별자금도 자금이 소진되는
대로 추가로 조성키로 했다.
이와함께 제조업 중심의 여신관행에서 탈피해 정보통신 문화 관광산업의
업체들로 대출고객 영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산은은 내년에 12조원대의 자금을 조성해 시설자금 5조원, 운영자금 4조원,
투자자금 3조원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