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출은 약사에게 맡겨라"

약사들로 구성된 국산 완제의약품 전문수출업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헤파상사(대표 백윤기)는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 상태의 원료의약품 수출에
치중해온 국내 제약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완제의약품 수출에
주력함으로써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에는 약대 졸업후 수년간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의 해외수출업무를
담당해온 백윤기 사장 등 9명의 약사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엔 7월 이후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대만 베트남 브라질 페루 등지에
국산의약품을 수출했다.

올들어서는 추가로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등에 제품을 공급, 10월말
까지 모두 1백만달러어치의 의약품을 수출했다.

이밖에 칠레 아르헨티나 이집트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 수출을 추진중
이다.

내년에는 8백만달러어치의 수출이 기대된다.

헤파의 장점은 전문성에 있다.

그동안 제약업체들은 종합상사의 도움을 받아 의약품을 수출해 왔다.

그러다보니 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빈약한 상사원들은 바이어와 심도
있는 상담을 할 수 없었고 제 가격을 받지 못했다.

종합상사 몫도 적잖아 "재고 밀어내기식" 저가수출을 해왔다.

헤파상사는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의약품 수출입
과 관련한 행정장벽을 돌파하는 노하우도 쌓아가고 있다.

국내 여러 회사의 다양한 의약품을 발굴해 수출함으로써 소량 다품종을
수입하려는 바이어의 요구도 충족시켜 주고 있다.

무엇보다 헤파는 외국현지에 수입판매상을 직접 설립, 이 수입상으로
하여금 국산의약품을 수입케 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중남미 서남아 중앙아 국가의 수입상들이 과도한 마진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현지의 의약품 수입에 관한 행정장벽이 높아서 마련한 묘안이다.

이같은 직판체제로 국내 제약업체와 헤파가 더 많은 마진을 확보하게 됐다.

볼리비아와 카자흐스탄에는 약국까지 세워 국산약품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백 사장은 "앞으로 현지에 약국과 수입상을 10여개소 추가개설할 예정"
이라며 "1개소당 2억원 가량의 자금이 드는데 사업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
하는 출자자를 찾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산의약품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고 진출대상국의
물가와 의료서비스 수준이 낮아 사업 성공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02)409-3630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