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동창회는 며칠전 개교이래 처음 명예동창 추대식을 가졌다.

삯바느질과 속옷장사 등으로 힘겹게 모은 재산 10억원씩을 의과대학에
쾌척한 이순옥 김선용 할머니가 주인공이었다.

두사람은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다며 인사말은 물론 사진찍는
것조차 마다했다.

이자리에선 "회갑때 1억원씩 사회에 환원하기" 운동이 제창됐다.

매년 국내에서 회갑을 맞는 40만명중 사회지도층 인사 1천명이 1억원씩만
사회에 내놓자는 것이다.

회갑인 올해 1억원을 장학금과 청소년육성기금등으로 기탁한 박명윤씨는
그렇게 하면 매년 1천억원의 복지기금이 생길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기부문화가 크게 활성화되리라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와 평화상 수상단체인 "국경없는
의사들"(MSF, 회장 제임스 오르빈스키)이 노벨상 상금(각각 11억5천만원)을
집시와 빈민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혀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CNN 설립자 테드 터너는 소아마비
퇴치기금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각각 5천만달러와 2천8백만달러를
내놓았다.

해외의 훈훈한 세밑 소식과 달리 우리사정은 영 엉망이다.

최근의 주식시장 활성화로 억대부자가 속출하는데도 복지시설의 후원금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한다.

구세군의 모금액도 경제상황이 최악이던 작년 수준이고, 후원금은 줄어드는
데 가정붕괴로 인한 수용의뢰는 늘어난다는 보도 또한 가슴아프다.

IMF체제를 겪으면서 불안해진 나머지 어떻게든 내 앞가림이 최고라는 풍조가
만연한 탓이라지만 그보다 가난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거나 기업이나 부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여기는데 더 큰 원인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IMF체제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다 월소득이 법정최저생계비
인 23만4천원에 못미치는 빈곤층이 1천만명이상이라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는 아찔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을 보듬는 건 누군가 다른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순옥 김선용 할머니의 기부금은 쓰고 남은 돈이 아니지 않은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