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빛 하늘 언저리
말간
낮달 한 조각
누가
내 마음의 빗장을 끌러
저리도 멀리
던져
놓았나.

조용옥(1953~) 시집 "멀어지지 않으면 닿지도 않는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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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 시인은 낮달을 "그날밤 보다 남은 연정의 조각/지워도 지지
않는 마음의 어룽"("낮달")이라며 사랑의 상처로 말했는데, 이 시인은 "내
마음의 빗장"으로 비유하여 그것에서 맛보는 해방감을 넌지시 표현한다.

하얀 낮달을 보는 데도 그만큼 세월의 다름이 있다는 얘기일 터이다.

"갈대빛 하늘 언저리"는 낮달이 있는 하늘의 색깔이 그대로 갈대 빛이어서
이기도 했겠지만 시에서 가을을 느끼게 하는 효과도 계산했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