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은행신탁 계정이 자금부족을 이기지 못해
올들어 약 10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회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7일 은행신탁 계정이 지난달 4조4천75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한
것을 비롯 올들어 모두 9조8천5백61억원을 상환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수익률 하락, 예금보호 문제 등으로 인해 신탁예금이 계속
빠져 나가자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만기대출금
을 회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신탁계정에서 이탈한 자금은 33조2천9백8억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선 <>8월 2조9천억원 <>9월 3조7천억원 <>10월 3조6천억원 <>11월
4조5천억원 등 이탈규모가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 6일 은행신탁 대책을
내놓았지만 은행들은 유동성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원했던 것은 만기단축이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퇴직신탁도 내년 3월이후 취급하도록 돼있어 내년말께 가서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결산시점에서 퇴직금적립금을 맡기는게 관행인데 그 이전에는
큰 금액을 예치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0조원의 개발신탁 만기가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돌아온다"며 "대부분 은행들이 개발신탁을 대출과 연계된 꺾기 형태로 팔았기
때문에 만기때엔 대출을 회수해 신탁예금을 돌려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신탁과 얽혀있는 기업대출금은 약 12조원~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신탁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과 달리 은행 고유계정은 올들어
52조7천6백79억원의 대출을 늘렸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