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선거와 재정적자 .. 노성태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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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에 미국의 농민은 6백30만명이었고 이들을 관장하는 미 농무부에는
2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반세기가 조금 더 지난 1990년이 되면 농민은 2백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는 데 반해 농무부 관리의 숫자는 오히려 6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께는 농민의 수와 농무부 관리의 수가
15만명으로 똑같아져서 민간인 한명에 관리 한명씩 따라붙는 그야말로
"관료주의의 완벽한 승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경제평론가 마틴 그로스의
익살맞은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비효율과 낭비를 지탄하는 그의 저서 "흥청망청하는 정부
(The Government Racket)"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례가 소개돼 있다.
어느 하원의원이 공무원들의 출장비예산의 집행실적을 조사해 보았더니
회계연도가 끝나는 달의 경비지출이 다른 때보다 거의 50%나 늘어나 있었다고
한다.
예산을 다 못쓰게 되면 재무부에 반납하게 되어 있으므로 마지막 달에는
팜스프링스나 라스베이거스 같은 관광 휴양지로 공무원들이 뻔질나게 출장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부문이 방만하게 운영됐기 때문에 미국은 최근까지도 재정적자에
허덕여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눈에 띄어 걱정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편성된 내년 예산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전체 예산규모는 금년에 비해 5% 증가에 그쳐 적자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듯하나 인건비는 12.9%나 늘어나 있다는 점이다.
정부부문의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면 인원이 매년 상당수 줄어들게
돼 있는데도 인건비가 총예산증가율에 비해 대폭 증가하고 있으니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공공개혁에 관한 의구심이 더욱 깊어진다.
한때는 정치개혁을 위해 의원 숫자를 줄이겠다고 하더니 그 얘기는 쑥
들어가고 오히려 의원세비만 슬그머니 14.3% 인상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못 다 쓴 예산을 연말에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확보된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불용예산"으로 분류돼 이듬해에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부처든 지방자치단체든 갖가지 사업이나 공사를 연말에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 식목행사가 벌어지는가 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파킨슨이 지적한 대로 정부쪽의 일이 줄어들더라도 관리들의 숫자나 조직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정부 돈은 뚜렷한 임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알뜰하게 챙겨보는
사람이 없다보니 헤프게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미국의 재정이 최근 흑자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10년간이나 계속된 기적적인 장기 호황의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향후 수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에서는 적자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선 심성 사업을 추가하는 데 분주한 실정이다.
무언가 제동장치가 없으면 적자확대와 국가채무의 누증이 우려되는 장면인
것이다.
재정적자가 나면 정부로서는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융시장에서 채권공급이 늘어나게 되니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어진다.
금리가 올라가면 문닫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자산은 다시 늘어나게 돼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살아날 위험까지 생기게 된다.
정부쪽도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 적자와 빚이 다시 증대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중앙은행이 국채를 인수하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드세어진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그간 추진해오던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의 제정을 미루기로 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법안의 내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추경의 편성을 까다롭게 하고
세계잉여금을 적자축소에 사용토록 하는 등 정부개혁과 적자축소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퇴색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도 추경편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어서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민간부문에 대해서만 소비 증대를 걱정하고 저축 증대를 강조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개혁에 앞장서서 스스로 낭비성 또는 선심성 지출을 줄여 나감으로써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
2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반세기가 조금 더 지난 1990년이 되면 농민은 2백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는 데 반해 농무부 관리의 숫자는 오히려 6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께는 농민의 수와 농무부 관리의 수가
15만명으로 똑같아져서 민간인 한명에 관리 한명씩 따라붙는 그야말로
"관료주의의 완벽한 승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경제평론가 마틴 그로스의
익살맞은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비효율과 낭비를 지탄하는 그의 저서 "흥청망청하는 정부
(The Government Racket)"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례가 소개돼 있다.
어느 하원의원이 공무원들의 출장비예산의 집행실적을 조사해 보았더니
회계연도가 끝나는 달의 경비지출이 다른 때보다 거의 50%나 늘어나 있었다고
한다.
예산을 다 못쓰게 되면 재무부에 반납하게 되어 있으므로 마지막 달에는
팜스프링스나 라스베이거스 같은 관광 휴양지로 공무원들이 뻔질나게 출장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부문이 방만하게 운영됐기 때문에 미국은 최근까지도 재정적자에
허덕여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눈에 띄어 걱정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편성된 내년 예산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전체 예산규모는 금년에 비해 5% 증가에 그쳐 적자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듯하나 인건비는 12.9%나 늘어나 있다는 점이다.
정부부문의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면 인원이 매년 상당수 줄어들게
돼 있는데도 인건비가 총예산증가율에 비해 대폭 증가하고 있으니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공공개혁에 관한 의구심이 더욱 깊어진다.
한때는 정치개혁을 위해 의원 숫자를 줄이겠다고 하더니 그 얘기는 쑥
들어가고 오히려 의원세비만 슬그머니 14.3% 인상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못 다 쓴 예산을 연말에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확보된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불용예산"으로 분류돼 이듬해에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부처든 지방자치단체든 갖가지 사업이나 공사를 연말에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 식목행사가 벌어지는가 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파킨슨이 지적한 대로 정부쪽의 일이 줄어들더라도 관리들의 숫자나 조직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정부 돈은 뚜렷한 임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알뜰하게 챙겨보는
사람이 없다보니 헤프게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미국의 재정이 최근 흑자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10년간이나 계속된 기적적인 장기 호황의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향후 수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에서는 적자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선 심성 사업을 추가하는 데 분주한 실정이다.
무언가 제동장치가 없으면 적자확대와 국가채무의 누증이 우려되는 장면인
것이다.
재정적자가 나면 정부로서는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융시장에서 채권공급이 늘어나게 되니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어진다.
금리가 올라가면 문닫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자산은 다시 늘어나게 돼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살아날 위험까지 생기게 된다.
정부쪽도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 적자와 빚이 다시 증대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중앙은행이 국채를 인수하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드세어진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그간 추진해오던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의 제정을 미루기로 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법안의 내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추경의 편성을 까다롭게 하고
세계잉여금을 적자축소에 사용토록 하는 등 정부개혁과 적자축소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퇴색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도 추경편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어서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민간부문에 대해서만 소비 증대를 걱정하고 저축 증대를 강조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개혁에 앞장서서 스스로 낭비성 또는 선심성 지출을 줄여 나감으로써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