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
(게이오대 교수)이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의 금융정책을 비판하며
총재직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있다.

사카키바라는 6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통화당국 내부의 불협화음
이 결국 엔고를 가속화시키고 통화정책의 실패를 초래했다"며 하야미 총재
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사카키바라의 발언은 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외환시장 개입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취지의 총재담화를 겨냥한 것이다.

당시 하아미 총재는 담화를 통해 "외환시장의 지나친 움직임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필요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은행 사무국은 "정책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며
총재담화를 뒤집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사카키바라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담화를 낼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총재가 책임있는 발언을 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야미 총재가 최근 국회에서 "현재의 외환수준을 용인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당국자가 외환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기"
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9월에도 아사히 TV에 출연, "중앙은행은 국익을 보다 더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일본은행에 정책 주문을 내놓았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사카키바라의 이번 발언으로 꼬리를 내렸던 하야미 총재의
조기퇴임설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야미 총재 본인은 "더 잘하라는 격려성 질책으로 알겠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를 받아넘겼다.

한편 정책당국자들은 "사카키바라씨가 민간인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대장성에 있을 때 끈질기게 시장개입에 나선 자신의 행적도
한번쯤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 방형국 기자 bigjob@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