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재테크 실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학 도사들인 이들의 돈굴리기 실력도 범부들과
별차이가 없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8년 경제학상 신설 이후 역대 수상자들의 상금
투자결과를 추적, 5일 보도했다.

지난 93년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 교수(워싱턴대)는 당시 다우존스지수가
2천선일때 주가가 높다고 보고 채권을 매입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3일 현재 다우지수는 11,286.18포인트.

완벽한 오판이었다.

92년의 게리 배커 교수(시카고대)는 스웨덴 통화 크로네가 곧 평가절상될
것으로 보고 상금을 달러로 바꿔놓지 않았다가 손해를 봤다.

크로네가치가 전망과는 달리 급락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상금의 25%를
날렸다.

올해 노벨경제학 수상자로 오는 10일 7백90만크로네(약 96만달러)를 받는
로버트 먼델 교수(미국 컬럼비아대)는 상금의 대부분을 유로화에 투자키로
했다.

별장수리 등에 사용하고 남은 돈으로 유로화를 매입할 계획이라는 것.

이를 위해 벌써 은행에 유로화계좌를 개설했다.

먼델은 유로화 출범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공로로 수상자가 됐다.

95년 수상자 로버트 루커스 교수(시카고대)는 이혼조건 때문에 실패한
케이스.

이재에 밝은 부인이 89년 이혼당시 "95년 10월31일까지 루커스가 노벨상을
수상하면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조항을 이혼조건에 삽입시켰다.

불행히도(?) 이 조항에 명시된 날짜보다 몇주전에 수상자로 결정됐다.

상금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수상자도 있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40만달러를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빈민구제기금으로 흔쾌히 내놓았다.

94년 수상자인 존 내시(71)는 21세였던 4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으로
94년에야 수상했다.

그는 30세에 정신분열증을 앓아 직장에서 쫓겨나는 등 비참하게 살다가
뒤늦게 노벨상을 수상한 후 상금을 바탕으로 다시 정상적인 삶을 누렸다.

신문은 85년 수상자 프랑코 모딜리아니를 제외하곤 상금을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없었다며 이는 최고의 경제이론을 개발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주식투자를 매우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