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지난 3일은 벼랑 끝에 몰렸던 우리경제가 IMF로부터 5백7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경에서는 3일자에 5면이나 할애하여 "IMF시대 한국경제 현주소"라는 기획
특집기사를 마련하였다.

지난 2년간 우리 경제의 변화과정을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집중 조명하였다.

한국경제 회복에 관한 요약된 백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익한
자료이다.

4일자에는 "IMF 2년 한국의 경제위기와 구조개혁평가를 위한 국제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이 보도되었다.

그 내용은 그동안 많은 세미나에서 논의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는 2년 동안에 놀라운 속도로 회생하였으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9%에 이르는 성장률, 1%의 물가상승률, 2백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에
서 보듯이 한국경제는 올해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건전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금융 노동 정부부문
등의 개혁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IMF 환란 초기에는 정부주도에 의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였으나 앞으로는
시장원리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 특집에서도 소개된 바와 같이 말레이시아 경제도 2년 전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취한 위기탈출 경제정책은 우리와 대비된다.

IMF 처방에 따라 자본시장과 채권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환율 결정을 시장에
맡긴 우리와는 달리 말레이시아는 위기상황에서 거꾸로 자본이동과 환율을
통제하였다.

IMF관리체제 2년의 시점에서 상이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경제회생이라는
같은 결과를 얻은 두 나라 경제를 심도 깊게 비교.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초래되었을 경우에 어떤 정책적 처방이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된 국제포럼이나 한경 특집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회복은 호의적인 외부 경제환경 전개에 힘입은
바도 크다.

미국 경제의 장기 활황세와 일본 엔화의 강세 덕분에 이들 국가의 경제회복
에 필수적인 대폭적인 수출증대가 이뤄졌다.

지난주의 주요 경제뉴스중의 하나는 엔화 급등이었다.

지난 7월만하여도 달러당 1백20엔선을 유지하던 엔화가 1백1엔까지 내려
갔으니 불과 5개월 사이에 15%이상 가치가 올랐다.

원화가치도 빠른 속도로 뛰어 달러당 1천1백50원선에 접근하였으나 엔화
상승으로 1엔당 11원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그러나 한경 3일자 3면의 해설기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급격한 엔화가치의
상승은 상당한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급격한 엔화 상승으로 일본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 일본 경제의 직접적인
영향권내에 있는 동아시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내내 미국 시애틀에서는 제3차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다.

21세기 세계무역질서를 정할 다자간 협상인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해서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뉴라운드에서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 그리고 협상 시한을
몇 년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각국 통산대표들이 합의를 못보고 협상은 결렬된 채 막을
내렸다.

우리 언론들의 이번 협상의 보도 태도를 보면 너무 단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WTO 각료회담의 의제 중 농산물부문 협상 부분에 지나치게 편향된
보도가 많았다.

물론 농산물 개방은 우리에게는 경제적 측면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우리 경제는 무역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루어 왔고 앞으로의 성장도 무역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무역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설정되는가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는 더 이상 강조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WTO 각료회의에 대한 국내 언론의 더욱 종합적인
보도태도가 아쉬웠다.

한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경은 지난주 내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협상 진행상황을 자세히 보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번도 1면 머릿기사로 취급한 적은 없다.

한경을 보면 정보 진열장 같은 느낌을 줄 때가 가끔 있다.

이럴 경우 전체적인 그림이 전달되지 못한다.

4일자 1면에는 뉴라운드 협상 타결 임박이란 제목이 눈에 뛴다.

그러나 바로 그날 오후 시애틀에서는 뉴라운드 협상 결렬이 선언되었다.

결렬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권익 문제를 새로운 의제로 채택하려는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이 맹렬히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덤핑규제남용 제한은 미국이 반대하여 합의를 보지 못했다.

내년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 미국의 정치상황과 노동기준 적용으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 등 협상배경에 관한 종합적인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 협상이었는가를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hongecon@hotmai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