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소년에서 미국 대학교수까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에서
상원의원까지.

동양계 최초의 워싱턴주 상원의원 신호범(64.폴 신)씨가 자전에세이
"공부 도독놈, 희망의 선생님"(웅진출판)을 출간했다.

열여덟살에 입양돼 미국땅을 밟은지 40여년.

이 책에는 온갖 역경을 이기고 입지전적인 삶을 일궈온 그의 인생역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경기도 금촌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역을 고향삼아 거리로 떠돌았다.

그는 외롭게 자랐기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별을 세었고/엄마가 보고 싶어 별을 세었습니다/(중략)/희망
이 없어서 별을 세었고/내가 너무 작아 별을 세었습니다"

책머리에 실린 시 "별을 세다 별이 되어"의 한 구절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을 세고 꿈을 꾸던 소년이 스스로 별이 된 과정은
눈물겹다.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진정한 홀로서기 신화를 창조한 인물.

그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 몸과 마음을 던져 희망을 일궈가는 "진지함"이
그것이다.

하우스보이 시절 그는 "구드 모닝가 싸"라는 엉터리 영어를 외쳐대며
총알처럼 빠르고 부지런하게 일했다.

그래서 "벅샷(buck shot:총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노력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이 이때부터 싹텄다.

이른 새벽 물지게에 기름통을 지고 계단을 오르내린 일은 그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을 단련시켰다.

"풀씨 같은 희망일지라도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지지요" 그는 극도의 궁핍과 고독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사람의 소중함을 알았다.

한 사람에게라도 정성을 다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다.

선거 때도 인덕을 많이 봤다.

입양아 출신인 그는 오히려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더욱이 동양계 혼혈아를 입양했다.

그는 "피는 물보다 진하고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며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의 인세수익금 전액을 입양아와 교포 2세의 문화교육및 지도자
양성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그의 출판기념회는 6일 오후 6시30분 소공동 호텔롯데 사파이어 볼룸에서
열린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