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서 "공매도" 제도를 활용, 1천만원을 3년여만에 1백30억원으로
불린 "한국판 조지 소르소"가 이를 역으로 이용한 증권사 직원들의 협박을
받아 20억원을 뜯긴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증권사 직원들의 주가조작 공갈사건에 걸려들어 20억원을 빼앗긴 이모
(35)씨는 주식투자의 귀재.

충북 청원에서 빈농의 10남매중 막내로 이씨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

지난 96년 4월 단돈 1천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3년7개월만에
1백30억원으로 불렸다.

매일 1천만원, 매월 3억원씩 돈을 번 셈이다.

이씨가 주식에 처음 발을 집어넣은 것은 86년 7월.

군 제대후 우연히 주식관련 서적을 읽고부터다.

이씨는 "돈 버는 방법이 눈에 선하다"며 부모를 설득, 농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증권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던 그는 4년만에 1억원의 빚을 졌고 결국 부친은
90년 화병으로 사망했다.

이씨는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매일 산에 오르며 주식의 흐름을 연구했다.

96년 봄 우연히 만난 고향선배에게 투자자문을 해준 게 적중해 선배가
1천만원을 빌려주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실패하면 죽겠다"는 각오로 생명보험에 까지 가입했다.

그가 주로 구사한 투자방법은 "공매도 주문".

상한가로 공매도 주문을 낸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주식을 매입해
넘겨주고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위험하기 하지만 거래 종목을 적중시키면 맨손으로 떼돈을 버는 고위험의
투자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상한가에 매도하면 어김없이 주가가 떨어져 거의 대부분
투자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씨는 나름대로 투자의 원칙도 세웠다.

<>하루 3시간만 자고 주가흐름을 연구한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자금의 3분의 1만 투자한다 <>1백% 확신이 있어도 1%의 예외를 가정해 매수한
주식을 당일이나 다음날 되판다는 등의 기준을 철저히 지켰다.

그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거래한 총액은 7천억원으로 개인투자자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수수료만도 33억원을 냈다.

D증권은 "큰 손"인 그에게 20평 규모의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였다.

내로라하는 일부 유명 펀드매니저들도 이씨를 따라 투자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관계자는 "이씨는 국내에서 1천억원 정도를 모아 미국 등 해외증권
시장에 진출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을 번 이씨는 작전꾼들의 과녁이 되고 말았다.

< 김문권 기자 mkkim@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