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자체보다 그 영화에 담긴 정치.사회적 메시지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플래툰" "7월4일생" "도어즈" "닉슨" "JFK"등 예민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로 늘 주목받았다.

4일 개봉되는 그의 97년작 "U턴"은 색깔이 좀 다르다.

정치.사회적인 두터운 메시지를 걷어내고 영화의 오락적 기능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영화계에선 그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 밑에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던 청년
시절의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가 만든 작품으로 평가한다.

갱단에 진 노름빚을 갚기위해 애리조나의 사막길을 달리던 바비(숀 펜)의
차가 고장난다.

정해진 시간에 빚을 갚지 못하면 손가락이 잘릴 처지인 바비는 수피리어
마을 입구의 정비소에 차를 맡긴다.

바비는 차를 고칠 때까지 마을에서 기다리기로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늘씬한 몸매의 그레이스(제니퍼 로페즈)에게 수작을 걸려다 그녀의 늙은
남편 제이크(닉 놀테)에 들켜 얻어 터진다.

바비는 투덜대며 정비소로 향하지만 뜻밖에도 제이크가 뒤따라와 그레이스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는 이들 세사람의 관계를 통해 인간내면에 도사린 추악함을 들여다본다.

폭력과 살인, 유혹과 배신, 그리고 섹스 사이를 위험스럽게 줄타기하며
결국은 자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의 점층화법으로
풀어낸다.

덫에 걸려버린 나약한 인간역의 숀 펜, 가시를 감춘 악녀역의 제니퍼 로페즈
살인욕망을 드러내는 늙은이역의 닉 놀테의 연기궁합이 잘 맞는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