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으로 처음 디자인된 크리스마스카드는 영국의 헨리 코울 경의 부탁을
받아 1843년 왕립미술아카데미 회원이었던 화가 존 캘코트 호슬리가 만든
"코올 호슬리의 카드"다.

처음 찍어 낸 1천장 가운데 단지 12장만 개인소장으로 남아 지금도 그
복제품이 팔리고 있다.

호슬리는 3면으로 된 카드를 만들었다.

좌우 양쪽면에는 각각 헐벗은 자를 입히고 굶주린 자를 먹이는 선행을
그렸다.

그리고 가운데 면에는 어른과 아이들이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파티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 위에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 투유(Merry Christmas&Happy
New Year To You)"라고 기원의 문구를 써넣었다.

최초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성화를 그려넣지 않고 자선을 강조한 것은
의외다.

그로부터 30년뒤 "미국 크리스마스 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보스턴의
석판공 루이스 프랑이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17색도를 쓴 프랑스 고급카드는 장미 데이지 제라늄등 꽃꽂이를 화려하게
담았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 1차대전때까지 유행한 것은 독일산의 값싼 크리스마스
엽서였다.

카드에 마리아와 아기예수,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즈가 등장한 것은
1차대전 뒤의 일이다.

한국에는 50년대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카드가 나돌기 시작했다.

60년대에 최초로 카드제작사들이 생기고 7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아트지에
금박을 입힌 세련된 카드들이 나왔다.

80년대 들어서는 수요가 급증해 87~88년에는 3천만장이 팔려나갔다.

뒤이어 아트카드 멜로디카드 코믹카드 CD롬카드 등이 청소년사이에서
급속히 퍼져갔다.

그림이나 문구도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성을 소재로한 카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PC통신카드" 등에 시장을 잠식당해 수요가 줄어든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금년에 나온 카드들은 야한 것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낯뜨거운 그림과 문구로 장식한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청소년들이 찾는 카드도 그런 유의 것이라니 놀랍다.

저급한 상업주의 단순한 쾌락주의로만 치닫는 세태가 두렵다.

감사와 사랑을 카드로 전할 사람이 이성친구밖에 없다는 것도 그냥
넘겨버릴 문제가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