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유전암호가 들어있는 23쌍의 염색체중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DNA)지도가 사상 처음으로 완성됐다.

이에따라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백혈병 정신병 등 각종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스웨덴 등 5개국 연구팀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거둔 이 연구성과로 인간은 인체 유전정보에 대한 완벽한 상세 설계도를
확보하게 됐다.

염색체내 유전자지도 완성이 인류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되기까지 한다.

이는 생명의 비밀이 모두 유전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체내의 1억개에 달하는 세포는 각각 세포내 유전자를 틀로 만들어진
정상적인 단백질을 사용해 생명을 유지한다.

만약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으로 불리는 4종의 염기로
구성된 유전자 배열이 외부충격으로 변화되면 기능을 상실한 이상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된다.

정상 단백질이 없어지면 결국 세포가 죽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로 발전한다.

이에따라 정상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고 있으면 암이나 다른 질병이
발생했을 때 유전자 이상을 곧바로 파악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인류를 괴롭혀온 불치병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그 구조가 해독된 22번 염색체내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약 3천3백만개
염기분의 DNA로 인체 유전자 정보의 1.1%가 담겨져 있다.

22번 염색체는 4천3백만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23쌍 염색체중 21번 다음으로 가장 적은 것이다.

22번 염색체는 크기는 작지만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광범위한 질병과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인간의 면역체계에 관여하고 선천성 심장병, 정신장애,
백혈병같은 일부 암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신분열증과 연관된 유전자가 이 염색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 유전자만 발견하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연구팀은 22번 염색체에 단백질 등을 생성해 기능을 발휘하는 5백45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다.

또 단백질을 생산하지 않고 휴면상태에 있는 위성 유전자 1백34개가 숨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1백34개중 약 절반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22번 염색체지도의 완성으로 정신분열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몇달내에 찾아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배열과 구조 등 외형적인 것만을
파악했을 뿐이며 유전자 염기서열에 담겨있는 비밀은 아직도 풀어야할
수수께끼로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2번 염색체지도 작성을 지휘했던 영국 생거센터의 이언던햄 박사는
"이제부터 할 일은 발견된 유전자들의 기능을 알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 작성에 참여했던 웰컴 트러스트의 마이클 덱스터 박사는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전체적인 염색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게 됐으며 이로부터
앞으로 몇세기에 걸쳐 이용할 새로운 지식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생명공학연구소 유향숙 인간유전체연구단장은 "22번 염색체
염기서열을 밝힘으로써 나머지 염색체들의 염기서열도 목표인 2003년보다
빨리 규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염색체 염기서열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고 덧붙였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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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인간게놈'' 프로젝트

인간게놈(Genome) 프로젝트는 유전자(DNA)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80년대
후반 미국 등이 중심으로 착수된 연구과제다.

오는 2003년까지 인간의 모든 염색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히는게 목표이다.

각종 암이나 정신질환 등 난치병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어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각국 연구팀은 지금까지 밝혀낸 염색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이를 특허등록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올해말부터 10년 계획으로 인간유전체사업단이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지금까지 각 연구소가 개별적으로 했던 연구방식에서 벗어나 1백50여명의
연구인력이 공동으로 연구에 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