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를 겪으면서도 임직원을 한명도 잘라내지 않았으며 2만6천3백명의 직원
연봉 평균이 4천3백만원에 달하는 회사.

직원 주택보급률이 1백%에 육박하며 장학금을 한해 2백50억원 이상 지급하는
기업.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했던 뮤지컬 "명성황후"를 지방도시 울산에
유치해 보여주는 회사...

현대중공업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조선소를 운영하면서 IMF위기때는 물론 지금도 든든한
달러박스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 우량기업이다.

올 무역의 날엔 3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올해 이익은 4천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라이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엔고 등의 여파로 2000년 3월 결산에서
수백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도크도 없던 지난 72년 울산미포만의 모래사장 사진1장과 영국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도면 1장으로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했던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일화는 여전히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에게 "현대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했던 창립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장했다.

조선부문 사업은 지난 83년 당시 세계 1위였던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면서
세계시장을 평정한지 오래다.

이제는 조선외 다른 사업 분야를 미쓰비시중공업과 맞먹는 정도로 육성함
으로써 짜임새있는 세계최고 종합중공업체로 변신하겠다는 프로젝트에 착수
했다.

조충휘 사장이 지난8월 선포한 "비전2010"이 그것이다.

세계최고가 돼야 살아남는다는 인식하에 "세계최고의 기술 품질 생산성"을
모토로 삼았다.

새로운 사업에 적극 진출함으로써 매출을 현재 60억달러 수준에서 2010년
3백억달러의 종합중공업체로 성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망이 좋은 기존 사업부문은 나름대로 더욱 육성하기로 했다.

예컨대 상선 대형엔진 해양설비 철탑 등은 세계시장에서 경쟁기반이 갖춰져
있고 매출과 수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분야는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고수하거나 확대한다는 것이다

크루즈선 펌프 자동화설비 심해 및 극지 해양설비 환경설비 화공설비 초고압
기기 전력전자제어시스템 건설중장비 등은 미래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영자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미래유망사업중 내부 기술역량이나 사업구조와 밀접히 연관된 수중함
심해광물채취선 지능화로봇 무인공장자동화설비 하이테크소각설비 기술용역
사업이나 제품 서비스 사업 등은 신규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전략적 사업집중화와 내실경영을 통해 2010년까지 평균 7%대의
경상이익을 실현하고 2010년까지는 부채비율을 50%로 낮춘다는 것이 현대의
구상이다.

이같은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 회사는 지난 8월초 기업을 공개하고
자주적 경영을 펼칠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을 떠맡아 경영하게 된 것은 현대로서도
큰 사건이다.

부담이 너무 큰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현대는 조선 해양부문을 보완.전문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울산조선소는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삼호조선소는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해양부문 위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조충휘 사장은 밝히고 있다.

최근 유가상승은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선)등 해양관련 설비와
플랜트 수요를 늘려 조선 해양부문에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21세기에도 현대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게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조선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0% 남짓에서
2010년 25%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신 신규 전략사업 부문이 몇배로 커진다.

상장회사가 된 현대중공업은 주가관리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상장을 계기로 조충휘 사장은 계열사간 거래나 지급보증 투자지원 등 과거
관행에서 탈피, 투명경영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외이사제를 확대 강화하며 계열사 지급보증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대규모 유상증자때 실권주를 현대중공업이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조 사장은 투자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계열사 실권주를 일절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 주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조 사장은 민영화 예정인 한국중공업 인수와 관련, "국내기업간 컨소시엄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가급적 재무 부담을 줄여 주가를 높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최대 중공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세계최고 중공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 현대중공업 연혁 ]

70년 현대건설 조선사업부 발족
71년 차관계약 및 조선소부지조성 착수
72년 조선소 기공식 및 그리스 리바노스사와 원유운반선 건조계약체결
73년 현대조선중공업 출범
74년 1,2호선 명명식 및 조선소 준공식
75년 현대미포조선소 설립
78년 현대중공업으로 상호변경
83년 용접기술연구소 발족
84년 수조시험장 완공, 선박해양연구소 준공, 1천만t(DWT) 돌파, 해양개발
플랜트 엔진 로봇 중기계 등 비조선부문 강화 및 신설
87년 덴마크의 B&W사에 유조선 설계도면 수출
88년 2천만t돌파
91년 3천만t돌파, LNG건조공장 준공
94년 국내최초 LNG운반선 인도, 4천만t 돌파
95년 8,9호 도크 완공
99년 기업공개, "비전2010" 추진, 30억불 수출의 탑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