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현대에 인수된지 1년이 지났다.

지난 97년 거대한 부채를 안고 쓰러진 이후 존폐의 기로에 섰던 기아는
우여곡절 끝에 작년 12월1일 현대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당시만 해도 기아의 장래는 불투명했다.

현대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않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기아는 눈부신 경영성과를 통해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다.

올해 판매는 목표치인 83만7천대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RV(레저용차)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카니발 카스타 카렌스 등 이른바
"카3총사" 계약은 몇개월씩 밀려있는 상태다.

수출도 사상 최고실적을 올리면서 휴일에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흑자전환은 물론 순익규모도 1천4백억원이상으로 창사이래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아의 약진은 경기회복과 함께 해외여건 호조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수에 앞서 이뤄진 4조8천억여원의 부채탕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기아가 아직 법정관리중에 있고 정상화를 시도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조기정상화를 위한 임직원들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인력감축과 재무구조개선등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추진해왔고 노조는
무분규선언 등을 통해 회사측을 지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호조를 이어갈 수 있느냐의 여부다.

기아는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1백10만대 판매에 1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주력차종인 RV는 정부의 LPG가격 인상방침으로 점차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또 연간 1백만대이상을 팔려면 전통적으로 취약한 승용차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부채탕감분에 대한 5천9백억원의 법인세 부과여부도 골칫거리다.

이같은 여건속에서 현대는 연구개발(R&D)부문 통합과 플랫폼(엔진 변속기
등 구동축) 공유를 통해 기아에 측면지원을 강화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 첫시험대는 내년초 EF쏘나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될 예정인 중형승용차
MS(밀레니엄 세단)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