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다시 짜자] 제4부 : (7) '미국 풀뿌리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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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백악관과 미 의회는 "금융 현대화 법안"에 합의했다.
33년 "글래스-스티걸법"이 제정된 이래 엄격히 금지돼온 금융기관들의 은행
증권 보험업 겸업을 허용하는게 골자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역사적"이라는 수식어
를 달았다.
그동안 규제의 "마지막 성역"으로 남아 있던 글래스-스티걸법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금융 현대화 법안에 서명하면서 특별 담화문을 발표
했다.
"금융기관간 겸업을 허용키로 한 것은 금융계 내부의 가일층의 혁신과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업종간 울타리라는
보호막에 안주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물려 왔다. 금융
현대화 법안은 경쟁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효율을 더 한층 높이고 그 과실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마련했다"
미 경제계에서는 이 조치가 백악관과 의회가 2천년대를 앞두고 추진해온
국가 대전략의 완결이라는 측면에서 그 뜻을 더욱 새기고 있다.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발족시킨 백악관 직속의 국가
생산성위원회(NPR)는 그동안 "2천년대 초일류 경쟁력 확보"를 화두로 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하나씩 실천해 왔다.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세마테크) 등 민관 합동의 기초기술 연구 프로그램
을 운영한 것을 비롯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조정에 나서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규모 실업자 발생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해 정리 해고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유연한 노동시장"을 목표로 한 실업보험 도입 등 제도적 보완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인적 자본의 확충을 겨냥한 "2000년
목표-미국 교육법"이라는 교육 개혁 프로젝트도 발진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공세적인 통상 정책을
취했다.
일련의 경쟁 전략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부 부문의 혁신 및 규제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완화 가능 분야를 발굴해 단계적으로 추진
했다.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위해 정부 기능 통폐합및 민영화 등의 조치도
덧붙였다.
이런 경쟁 전략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를 라이벌이 없는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 놓는 디딤돌이 됐다.
전문가들은 국제 무대를 평정한 미국 경제의 힘을 "풀뿌리 시장 경제"에서
찾는다.
정치적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참여에 의한 직접 선거를 요체로
삼듯 풀뿌리 시장경제는 자본시장을 매개로 한 일반인들의 직접 투자에
의한 경제 운영을 골간으로 한다.
시장의 자정 기능을 통해 "키울 기업"과 "걸러낼 기업"을 솎아냄으로써
미국 전반의 경제 체질을 비약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의 국별 금융 통계는 미국 경제의 이런 강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97년말 현재 미국 기업들의 채권 발행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백10%에
달한다.
반면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은 GDP의 50%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들의 주된 돈줄이 간접 금융시장인 은행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증권시장이라는 얘기다.
이런 구조 하에서 기업들이 경영 자금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소수의 은행 관계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증권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내용있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펴 나가는 등의 시스템
을 확립하는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미국식 경쟁 전략은 미 경제의
활력소인 하이테크 분야 벤처 기업들의 왕성한 창업 배경을 설명해 준다.
투자자들을 직접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일단 기업을
만들고 본다.
90년대들어 미국에서 창업한 벤처기업만도 2백만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창업 기업은 미국인들에게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들이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4백여만명의
일자리를 순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현 실업률이 30년만의 최저 수준인
4.1%로 낮아진 것은 활발한 벤처 창업에 의해 설명된다.
민간과 시장의 효율에 자원의 최적 배분을 맡기는 시스템.
이런 방향으로 국가의 경쟁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한 미국의 선택은 "고성장-
저물가-고용 안정"의 동시 달성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
33년 "글래스-스티걸법"이 제정된 이래 엄격히 금지돼온 금융기관들의 은행
증권 보험업 겸업을 허용하는게 골자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역사적"이라는 수식어
를 달았다.
그동안 규제의 "마지막 성역"으로 남아 있던 글래스-스티걸법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금융 현대화 법안에 서명하면서 특별 담화문을 발표
했다.
"금융기관간 겸업을 허용키로 한 것은 금융계 내부의 가일층의 혁신과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업종간 울타리라는
보호막에 안주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물려 왔다. 금융
현대화 법안은 경쟁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효율을 더 한층 높이고 그 과실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마련했다"
미 경제계에서는 이 조치가 백악관과 의회가 2천년대를 앞두고 추진해온
국가 대전략의 완결이라는 측면에서 그 뜻을 더욱 새기고 있다.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발족시킨 백악관 직속의 국가
생산성위원회(NPR)는 그동안 "2천년대 초일류 경쟁력 확보"를 화두로 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하나씩 실천해 왔다.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세마테크) 등 민관 합동의 기초기술 연구 프로그램
을 운영한 것을 비롯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조정에 나서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규모 실업자 발생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해 정리 해고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유연한 노동시장"을 목표로 한 실업보험 도입 등 제도적 보완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인적 자본의 확충을 겨냥한 "2000년
목표-미국 교육법"이라는 교육 개혁 프로젝트도 발진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공세적인 통상 정책을
취했다.
일련의 경쟁 전략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부 부문의 혁신 및 규제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완화 가능 분야를 발굴해 단계적으로 추진
했다.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위해 정부 기능 통폐합및 민영화 등의 조치도
덧붙였다.
이런 경쟁 전략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를 라이벌이 없는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 놓는 디딤돌이 됐다.
전문가들은 국제 무대를 평정한 미국 경제의 힘을 "풀뿌리 시장 경제"에서
찾는다.
정치적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참여에 의한 직접 선거를 요체로
삼듯 풀뿌리 시장경제는 자본시장을 매개로 한 일반인들의 직접 투자에
의한 경제 운영을 골간으로 한다.
시장의 자정 기능을 통해 "키울 기업"과 "걸러낼 기업"을 솎아냄으로써
미국 전반의 경제 체질을 비약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의 국별 금융 통계는 미국 경제의 이런 강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97년말 현재 미국 기업들의 채권 발행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백10%에
달한다.
반면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은 GDP의 50%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들의 주된 돈줄이 간접 금융시장인 은행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증권시장이라는 얘기다.
이런 구조 하에서 기업들이 경영 자금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소수의 은행 관계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증권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내용있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펴 나가는 등의 시스템
을 확립하는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미국식 경쟁 전략은 미 경제의
활력소인 하이테크 분야 벤처 기업들의 왕성한 창업 배경을 설명해 준다.
투자자들을 직접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일단 기업을
만들고 본다.
90년대들어 미국에서 창업한 벤처기업만도 2백만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창업 기업은 미국인들에게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들이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4백여만명의
일자리를 순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현 실업률이 30년만의 최저 수준인
4.1%로 낮아진 것은 활발한 벤처 창업에 의해 설명된다.
민간과 시장의 효율에 자원의 최적 배분을 맡기는 시스템.
이런 방향으로 국가의 경쟁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한 미국의 선택은 "고성장-
저물가-고용 안정"의 동시 달성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