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모처럼 '한목소리' 낸 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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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자정께.
산업은행 본점 13층 회의실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장장 9시간의 마라톤회의끝에 대우자동차 워크아웃안이 채권단협의회 표결
에서 통과된 것이다.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바로 3시간 전쯤에는 제일은행에서 열린 (주)대우 채권단회에서도 워크아웃
안이 통과됐다.
사실 회의가 열리기 직전만 해도 채권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핵심쟁점사항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계열사중 우량하다던 대우중공업의 워크아웃안이 전날 부결된 것도
채권단에는 부담이었다.
그런만큼 워크아웃안 확정은 금융계에선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날 통과된 내용에는 "핵심쟁점사항은 추후 논의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신규지원 자금에 대한 은행권과 투신권의 손실분담 기준문제라던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회사채 대지급 문제는 채권단이 다시 논의해야한다.
하지만 큰 밑그림이 완성된데 따라 앞으로 워크아웃은 순조로운 진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워크아웃 확정에는 두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같다.
먼저 해외채권단을 워크아웃방안에 끌어들이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대우여신이 훨씬 많은 국내채권단이 일치된 모습을 보인 만큼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듯하다.
또 하나는 채권단이 자사의 이기주의만 고집하던 태도에서 한발씩 양보한
일이다.
새천년을 맞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난제였던 대우그룹사태를 공동해결하려
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채권단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으로 워크아웃안을
만들려고 했다.
막판까지 논란을 거듭했던 손실분담문제 같은 것이 그런 사례다.
각각 개별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워크아웃작업이 시작된지 석달이 지나도록 성과는 없고
부작용만 속출했다.
회사채금리가 급등했고 금융불안 심리도 고조됐었다.
채권단내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번 워크아웃안 확정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청신호로 해석하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앞으로 해외채권단과의 협상문제, 단서조항을 단 쟁점에 대한 협의 등이
남아 있다.
이번에 워크아웃안을 통과시켰을 때처럼 앞으로도 대승적인 견지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길 바란다.
<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
산업은행 본점 13층 회의실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장장 9시간의 마라톤회의끝에 대우자동차 워크아웃안이 채권단협의회 표결
에서 통과된 것이다.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바로 3시간 전쯤에는 제일은행에서 열린 (주)대우 채권단회에서도 워크아웃
안이 통과됐다.
사실 회의가 열리기 직전만 해도 채권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핵심쟁점사항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계열사중 우량하다던 대우중공업의 워크아웃안이 전날 부결된 것도
채권단에는 부담이었다.
그런만큼 워크아웃안 확정은 금융계에선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날 통과된 내용에는 "핵심쟁점사항은 추후 논의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신규지원 자금에 대한 은행권과 투신권의 손실분담 기준문제라던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회사채 대지급 문제는 채권단이 다시 논의해야한다.
하지만 큰 밑그림이 완성된데 따라 앞으로 워크아웃은 순조로운 진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워크아웃 확정에는 두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같다.
먼저 해외채권단을 워크아웃방안에 끌어들이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대우여신이 훨씬 많은 국내채권단이 일치된 모습을 보인 만큼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듯하다.
또 하나는 채권단이 자사의 이기주의만 고집하던 태도에서 한발씩 양보한
일이다.
새천년을 맞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난제였던 대우그룹사태를 공동해결하려
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채권단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으로 워크아웃안을
만들려고 했다.
막판까지 논란을 거듭했던 손실분담문제 같은 것이 그런 사례다.
각각 개별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워크아웃작업이 시작된지 석달이 지나도록 성과는 없고
부작용만 속출했다.
회사채금리가 급등했고 금융불안 심리도 고조됐었다.
채권단내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번 워크아웃안 확정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청신호로 해석하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앞으로 해외채권단과의 협상문제, 단서조항을 단 쟁점에 대한 협의 등이
남아 있다.
이번에 워크아웃안을 통과시켰을 때처럼 앞으로도 대승적인 견지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길 바란다.
<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