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년 평가와 과제] (2) 한국경제 활로 ..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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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대담 = 김기환 < 한국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 ]
마이클 아마코스트 브루킹스 연구소장은 25일 밤 KBS가 마련한 IMF 2년
두번째 특별대담에서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서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좀
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지난 80년대 필리핀과 일본 등에서 미국대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아시아 지역정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한국은 앞으로 외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세계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지역 정세와 관련,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며 집단안보에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시장개방과 정보화의 진전으로 중국의 1당 지배권력도 가까운
장래에 도전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21세기 세계화의 시대에도 문화적 다양성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특유의 일관된 가치들이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맞물릴
때 새로운 사상이 움트고 기술혁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한국 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 회장과의 대담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
<> 김기환 회장 =솔직히 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올 것을 예견하셨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일본에 있습니다.
태국 은행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까지 위기가 전염
될지는 몰랐습니다.
<> 김 회장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나를 되돌아 볼 수는 있겠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세 가지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엔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에 의존하는 동남아와 기타 국가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국가에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이에 따라 이 국가들이 달러화에
대한 고정 환율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습니다.
두번째는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문제입니다.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도 문제였고요.
끝으로 구조적인 문제인데 다수 금융기관의 대출 절차가 그리 투명하지
못했습니다.
암묵적인 정부보증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유발됐고 이는 과다투자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김 회장 =지난 97년 10월22일 홍콩의 주식시장이 무너지자 아시아지역
으로부터 해외투자자들의 자금회수는 전염병처럼 번졌습니다.
경제자체의 구조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사태였죠.
따라서 지난 20여개월동안 한국 정부는 구조적 개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개혁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위기는 역설적으로 성숙한 경제구조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은행 기업 노동부문의 개혁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 한국정부가 너무 급속하게 개혁을 진행해 힘이 다 빠지지 않을까
우려합니다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 회장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가 사회.정치적인 발전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 왔다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정부의 융통성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에 대응해 조직적인 수용력을 키우기 위해 정치개편이 여러 나라에서
있었습니다.
<> 김 회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개혁이 이루어진 이후에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라는 질문입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지금까지 한국이 수출국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외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세계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참여를 통해 세계시장을 통합하고 질서를 정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입니다.
<> 김 회장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 번영을 누리기 위해 꼭 바꿔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 아마코스트 회장 =한국은 부유한 경제대국인 일본과 거대한 시장 중국
사이에 있습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입지를 적극 확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두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강화하려면 미국이나 유럽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융통성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개방적인 자세가 다음세기 한국의 번영을 위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중인 개혁의 투명성과 개방적인 규칙, 기업지배구조 변화 등이
모두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일치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권이 줄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많을수록 부패의 여지는
줄고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더 이상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중국도 방문해서 많은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김 대통령의 노력이 한국의 국제 관계의 본질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동의합니다.
최근 일본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 점은 아주 감동적이며 미국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대북정책은 미국 의회의 지원과 동맹국의 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지속적으로 개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겠지요.
남은 것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초기 반응은 독자적인 노선을 택하겠다는 쪽 같은데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 김 회장 =외국 언론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고위층 인사가 워싱턴을 방문
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요.
그 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공식적으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윌리엄 패리 박사가
수 개월 전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측이 누군가를 보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높은 사람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 김 회장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일본 내의 주장이
있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오자와씨가 일본도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일본이 유엔의 일원으로 집단안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일본이 집단 안보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건전한 일입니다.
그러나 만일 "정상적"이라는 의미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라는 의미라면
제 개인적으로는 그 점에 있어 일본인들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이웃 국가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구요.
<> 김 회장 =일본이 국제적으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겠지요.
<> 아마코스트 소장 =일본은 유엔에 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의 자리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원한다면 신속히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 김 회장 =한국도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로 부상하는 것에 대비를 해야
겠네요.
<> 아마코스트 소장 =그렇다고 반드시 일본이 핵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문제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전략적 경쟁상태로 가느냐의 여부,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가 유지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미일 동맹관계가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어쨌든 정상적인 국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는 힘들고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 김 회장 =중국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등소평이 집권한 이후 그랬지요.
하지만 중국은 모순적인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수요는 시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1당 지배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리라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의존하다 보면 시장
원리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정치기반을 흔들수도 있으니까요.
한국과 태국 필리핀 대만 등 여러 나라를 지켜본 것을 종합해 보면 전문
중산층이 성장하면 정치적으로 참여를 원하게 됩니다.
중국 정치권도 이러한 세력에 저항을 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보화 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 속도도 좀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저보고 10년과 20년중에 택하라고 하면 10년 쪽에 가깝고 5년과
10년중에 택하라고 하면 5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변화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 아마코스트 소장 =힘의 균형을 잡는 참여자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을 잡는 일이 아주 중요한데 지난
20세기 동안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한 균형은
유지되기 힘듭니다.
그리고 주둔 미군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지속적으로 정치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통일의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수단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우방의 협력없이는 많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 지역의 좋은 우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자유 무역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과
지역의 보안을 유지하고 통합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김 회장 =그런 면에서 앞으로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겠지요.
전후부터 지금까지는 불평등한 동반자관계였지만 이제 좀 더 동등한 동반자
관계가 됐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일본이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바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 정책이고 이런 정책은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앞으로 한국이 통일되면 좀 더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사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김 대통령이 한국이 통일된 이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일부 주둔하기를
원했는데 아마 미국 정부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이나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전환기를 현명하게 잘 넘어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한국이 통일이 되더라도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위치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는 중립적인 입장의 미국이 주변에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 회장 =하지만 요새는 지리적인 거리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맞습니다.
과거처럼 중요하지는 않죠.
<> 김 회장 =이번 대담에서는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우리가 많은 변화를 겪어 왔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이제 새 천년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국인들의 근면성 교육열 가정에 대한 헌신, 그리고 권위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사실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민자들이 도착하면 가치도
계속 변해 왔습니다.
한국의 일관성있는 가치들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덧붙여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개방정책을 택해 미국이나 유럽과 긴밀하게 손을 잡으면 좋을
것입니다.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개방을 하게 되면 새로운 생각과 사상이 촉구되어
기술 혁신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 미국의 강점인데요.
이런 강점이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세계경제의 추세는 우리 모두 공통의 기준을 택하도록 강요하는 측면
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동일한 제도 속에 하나님을 믿는 동질적인 세계
속에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1세기에도 여러가지 다른 구조가 존재할 것입니다.
한국에는 보다 강력한 정부와 재계간 협력이나 나름의 문화와 전통도 유지될
것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 김 회장 =모든 가치관이나 일을 하는 방식이 동일해 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겠지요.
좀 더 서로 일관성이 있고 조화로울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
마이클 아마코스트 브루킹스 연구소장은 25일 밤 KBS가 마련한 IMF 2년
두번째 특별대담에서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서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좀
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지난 80년대 필리핀과 일본 등에서 미국대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아시아 지역정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한국은 앞으로 외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세계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지역 정세와 관련,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며 집단안보에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시장개방과 정보화의 진전으로 중국의 1당 지배권력도 가까운
장래에 도전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코스트 소장은 "21세기 세계화의 시대에도 문화적 다양성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특유의 일관된 가치들이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맞물릴
때 새로운 사상이 움트고 기술혁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한국 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 회장과의 대담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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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환 회장 =솔직히 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올 것을 예견하셨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일본에 있습니다.
태국 은행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까지 위기가 전염
될지는 몰랐습니다.
<> 김 회장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나를 되돌아 볼 수는 있겠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세 가지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엔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에 의존하는 동남아와 기타 국가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국가에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이에 따라 이 국가들이 달러화에
대한 고정 환율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습니다.
두번째는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문제입니다.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도 문제였고요.
끝으로 구조적인 문제인데 다수 금융기관의 대출 절차가 그리 투명하지
못했습니다.
암묵적인 정부보증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유발됐고 이는 과다투자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김 회장 =지난 97년 10월22일 홍콩의 주식시장이 무너지자 아시아지역
으로부터 해외투자자들의 자금회수는 전염병처럼 번졌습니다.
경제자체의 구조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사태였죠.
따라서 지난 20여개월동안 한국 정부는 구조적 개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개혁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위기는 역설적으로 성숙한 경제구조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은행 기업 노동부문의 개혁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 한국정부가 너무 급속하게 개혁을 진행해 힘이 다 빠지지 않을까
우려합니다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 회장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가 사회.정치적인 발전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 왔다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정부의 융통성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에 대응해 조직적인 수용력을 키우기 위해 정치개편이 여러 나라에서
있었습니다.
<> 김 회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개혁이 이루어진 이후에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라는 질문입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지금까지 한국이 수출국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외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세계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참여를 통해 세계시장을 통합하고 질서를 정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입니다.
<> 김 회장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 번영을 누리기 위해 꼭 바꿔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 아마코스트 회장 =한국은 부유한 경제대국인 일본과 거대한 시장 중국
사이에 있습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입지를 적극 확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두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강화하려면 미국이나 유럽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융통성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개방적인 자세가 다음세기 한국의 번영을 위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중인 개혁의 투명성과 개방적인 규칙, 기업지배구조 변화 등이
모두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일치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권이 줄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많을수록 부패의 여지는
줄고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더 이상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중국도 방문해서 많은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김 대통령의 노력이 한국의 국제 관계의 본질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동의합니다.
최근 일본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 점은 아주 감동적이며 미국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대북정책은 미국 의회의 지원과 동맹국의 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지속적으로 개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겠지요.
남은 것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초기 반응은 독자적인 노선을 택하겠다는 쪽 같은데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 김 회장 =외국 언론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고위층 인사가 워싱턴을 방문
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요.
그 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공식적으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윌리엄 패리 박사가
수 개월 전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측이 누군가를 보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높은 사람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 김 회장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일본 내의 주장이
있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오자와씨가 일본도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일본이 유엔의 일원으로 집단안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일본이 집단 안보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건전한 일입니다.
그러나 만일 "정상적"이라는 의미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라는 의미라면
제 개인적으로는 그 점에 있어 일본인들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이웃 국가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구요.
<> 김 회장 =일본이 국제적으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겠지요.
<> 아마코스트 소장 =일본은 유엔에 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의 자리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원한다면 신속히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 김 회장 =한국도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로 부상하는 것에 대비를 해야
겠네요.
<> 아마코스트 소장 =그렇다고 반드시 일본이 핵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문제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전략적 경쟁상태로 가느냐의 여부,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가 유지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미일 동맹관계가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어쨌든 정상적인 국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는 힘들고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 김 회장 =중국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등소평이 집권한 이후 그랬지요.
하지만 중국은 모순적인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수요는 시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1당 지배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리라고 보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의존하다 보면 시장
원리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정치기반을 흔들수도 있으니까요.
한국과 태국 필리핀 대만 등 여러 나라를 지켜본 것을 종합해 보면 전문
중산층이 성장하면 정치적으로 참여를 원하게 됩니다.
중국 정치권도 이러한 세력에 저항을 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보화 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 속도도 좀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저보고 10년과 20년중에 택하라고 하면 10년 쪽에 가깝고 5년과
10년중에 택하라고 하면 5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변화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 아마코스트 소장 =힘의 균형을 잡는 참여자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을 잡는 일이 아주 중요한데 지난
20세기 동안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한 균형은
유지되기 힘듭니다.
그리고 주둔 미군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지속적으로 정치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통일의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수단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우방의 협력없이는 많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 지역의 좋은 우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자유 무역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과
지역의 보안을 유지하고 통합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김 회장 =그런 면에서 앞으로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겠지요.
전후부터 지금까지는 불평등한 동반자관계였지만 이제 좀 더 동등한 동반자
관계가 됐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일본이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바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 정책이고 이런 정책은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앞으로 한국이 통일되면 좀 더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사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김 대통령이 한국이 통일된 이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일부 주둔하기를
원했는데 아마 미국 정부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이나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전환기를 현명하게 잘 넘어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한국이 통일이 되더라도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위치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는 중립적인 입장의 미국이 주변에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 회장 =하지만 요새는 지리적인 거리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 아마코스트 소장 =맞습니다.
과거처럼 중요하지는 않죠.
<> 김 회장 =이번 대담에서는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우리가 많은 변화를 겪어 왔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이제 새 천년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 아마코스트 소장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국인들의 근면성 교육열 가정에 대한 헌신, 그리고 권위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사실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민자들이 도착하면 가치도
계속 변해 왔습니다.
한국의 일관성있는 가치들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덧붙여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개방정책을 택해 미국이나 유럽과 긴밀하게 손을 잡으면 좋을
것입니다.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개방을 하게 되면 새로운 생각과 사상이 촉구되어
기술 혁신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 미국의 강점인데요.
이런 강점이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세계경제의 추세는 우리 모두 공통의 기준을 택하도록 강요하는 측면
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동일한 제도 속에 하나님을 믿는 동질적인 세계
속에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1세기에도 여러가지 다른 구조가 존재할 것입니다.
한국에는 보다 강력한 정부와 재계간 협력이나 나름의 문화와 전통도 유지될
것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 김 회장 =모든 가치관이나 일을 하는 방식이 동일해 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겠지요.
좀 더 서로 일관성이 있고 조화로울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