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 과잉"시대다.

여권이 추진하는 신당에는 무려 2천명이 넘는 각계 "엘리트"들이 참여했다.

숫자로나 명망으로나 엄청난 인력 충원이다.

금새라도 한국 정치가 몇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질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희망적인 것 같지 않다.

준비위원에 포함된 한 경제계 인사는 "신당측의 권유로 준비위원에 들어
갔다가 이름이 알려지면서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의 권유를 거부하기 어려웠고 여권과 관계를 맺는게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신당에 참여하긴 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오해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신당측도 2천여명 가운데 80여명의 명단만 공개했다.

"신당이 비밀 결사조직이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신당측은 "일부 인사들이
오해를 받는다"는 이유를 들며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이같은 답변은 신당 스스로 정치에 뜻이 없는 사람들을 많이 영입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영입 주체인 정당이 정치이념이나 정치를 할 뜻이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명망가 중심으로 세불리기에 나선 탓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를 통하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만능"현상
탓이기도 하다.

각 분야 최고 엘리트들의 최종 목표가 대부분 "정치"인 것도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민회의는 이미 36명의 "별들"(예비역 장성)을 확보했으나 이것도 부족해
10여명의 군출신 인사를 신당에 영입했다.

군 뿐만 아니라 관계 학계 여성계 재야 시민단체 등에서 "잘 나가는"사람들
이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3~4개 군소정당이 새롭게 출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천년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신당에는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씨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이 정치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는게
"새천년의 꿈"을 실현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치의 "과잉"은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결핍"을 가져오게 된다.

이제 정치는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보조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

정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금세기에 타기해야 한다는 것을 신당
관계자들은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