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가 롯데그룹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넘어가게 됨에 따라 청량음료업계
판도가 확 달라지게 됐다.

해태음료는 롯데칠성 코카콜라와 더불어 한국 음료시장을 좌우하는
"빅 쓰리"중 하나이다.

따라서 해태음료가 롯데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인수되면 음료시장에서 롯데의
입김은 더욱 세질게 뻔하다.

롯데 계열의 롯데칠성은 영업조직과 외형에서 국내 음료업계최고를 달리는
업체다.

이 회사는 연간 2조2천4백여억원 규모인 청량음료시장에서 33%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해태음료와 코카콜라는 각기 25%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며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롯데와 해태의 점유율을 더하면 60%에 근접하게 된다.

롯데에 대적할 만한 음료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빅 쓰리"중 코카콜라는 탄산음료가 주력제품인 업체이다.

"빅 쓰리"를 빼면 웅진식품 동원산업 등 음료부문 매출이 연간 1천억원에도
크게 못미치는 업체들만 남는다.

이들이 "빅 롯데"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특히 과즙음료시장은 송두리째 롯데의 손에 들어간다.

과즙음료의 경우 롯데칠성과 해태음료가 오래전부터 각기 40~50%대의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양분해 왔다.

둘을 합치면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오렌지주스는 지금도 롯데와 해태가 지배하는 독과점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지역분할 방식의 독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고지에 따라 영남은 롯데칠성이, 호남은 해태음료가 장악토록 함으로써
지역독점을 꾀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가격을 공급자가 좌우할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컨소시엄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그러나 음료업계는 이 컨소시엄이 해태음료를 인수하는 시점부터 롯데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히카리가 최대지분을 갖는다고 하지만 인쇄업체가 새 사업을
외국에서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한 뒤에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을 문제삼으면 해태음료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김병일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롯데가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독과점이 형성될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구조조정기업을 매각할 때 인수희망업체가 하나밖에 없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인정해줄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태음료 인수에 나선 일본 히카리인쇄는 지난 48년 설립된 인쇄전문
회사다.

주로 일본 롯데를 비롯 모리나가 메이지 SB식품 등에 포장재를 납품하고
있다.

모두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1천억엔(1조1천억여원)선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가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 히카리측 회장이 롯데 신격호 회장에게 먼저
제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