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
이었다.

이 회사는 세계 유수업체들도 진입하기 힘들다는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
화제를 낳았다.

액면가의 10배에 달하는 공모가(주당 18달러)나 상장 첫날 거래가가 최고
51달러까지 치솟은 실적 등은 국내 벤처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두루넷의 주가는 지금도 연일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은 진출 그 자체가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무엇보다 풍부한 국제 자금시장에서 돈을 마음껏 끌어다 쓸수 있어서다.

두루넷의 경우 이번 나스닥 상장에 따라 1억8천만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도 너도나도 나스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루넷의 "신화"는 이제 벤처기업들의 무대가 더이상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뜻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무한히 열려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래산업이 두루넷과 같은날(11월17일) 나스닥에 상장됐고 뒤이어
삼보컴퓨터와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가 미국에 공동 설립한 PC제조업체
e머신즈가 나스닥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밖에도 한글과컴퓨터 에이스테크놀로지 하나로통신 프로칩스 데이콤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등 10여개 업체가 나스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스닥 상장이 아니더라도 해외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은 많다.

이미 상당수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들이 해외의 풍부한 자금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장비를 생산하는 로커스는 지난 3월 영국계 금융기관인
자딘플레밍일렉트로부터 1천6백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심텍도 올초 미국의 보험회사인
AIG로부터 2천2백만달러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도 독일의 종합미디어회사인 베텔스만으로부터 5백만달러를 들여온
다음커뮤니케이션,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SSGA로부터 1백억원을 유치한
핸디소프트 등 외자유치 사례는 많다.

순수 인터넷 벤처기업 가운데서는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네트빌과 웹사이트
구축업체인 클릭, 멀티미디어 디자인회사인 에이포커넥션 등이 차이나닷컴
으로부터 각각 60만~2백만달러씩의 자금을 모았다.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인 트론에이지, 인터넷 방송포털서비스업체인
DBS코리아 등도 아시아네트로부터 상당액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처럼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외자유치가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것은
해외에서 불고 있는 코리아벤처 열풍 덕분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인터넷시장의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얘기될
만큼 성장성이 인정받고 있다.

이번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에 대해 현지
투자분석가들은 "한국은 인터넷시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우수한 두뇌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해외자본 유치는 성공에 대한 보장 만큼이나
위험부담도 크다.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지만 뒤집어보면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가차없는 자금회수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태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세계로 시야를 돌리기 전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기르는게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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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