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급상승으로 국내 산업계가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자동차, 항공및 해운업계는 원료비 부담 증가로 인해 매출이
줄고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 제조업체도 원유가 상승으로 기초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올라 원가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다.

이에따라 유가 상승 영향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조선이나 기계,건설 업종은 오일달러 수입이 많게 된 산유국이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제2 중동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 에너지 다소비 업종 직격탄 = 유화업종은 원유가가 상승하면 원재료인
나프타값이 올라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그동안은 수출 가격 상승폭이 나프타 값 상승폭보다 높아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지난달 후반부터 제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화 제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10월초 t당 8백달러선이었으나 현재는
6백달러선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원료값이 오르고 제품값은 하락하니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의 경우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감소와 매출악화가 예상
된다.

관련업체들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휘발유값에도 12~13원 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며 휘발유값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당국의 가격인상 억제로 원유 상승폭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항공및 해운업체들도 전체 영업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 증가로
심각한 영업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기름값이 배럴당 1센트만 올라도 연간 3백50억원 가량 운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원료비 부담으로 수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유가상승에 대비한 각국의 석유비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동량이
증가할 경우 유조선 운임이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내수회복과 엔화강세로 모처럼 호기를 맞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휘발유값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현대 대우 등 자동차업체들은 이에따라 소비자들이 연료비가 적게 드는
LPG나 디젤 차량으로 선택 차종을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들 모델
판촉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포항제철 등 철강업계 역시 고로에 사용되는 원료용 중유값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 반사이익 업종 = 반면 이익이 기대되는 업종도 있다.

조선및 기계업종은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중동.아프리카 지역 산유국들
이 석유시추를 위한 해양 플랜트 발주를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시추선, 반잠수식 석유시추장비, 해양파이프라인
등의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도 산유국들이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물량을
늘림에 따라 제2의 중동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종 회사들은 이에따라 산유국 발주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