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시장에 "맞춤시대"가 열리고 있다.

제조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모델이 대량 공급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유통업체나 소비자의 요구(주문)에 따라 기능과 가격이 차별화된 제품이
생산.공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론 유통업체가 가전업체로부터 주문생산한 제품에 자사 브랜드
(PB)를 붙여파는 곳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는 전자랜드나
하이마트, 테크노마트, 대형할인점 등 여러회사 제품을 한꺼번에 파는 혼매점
이 급속히 성장하는데 맞춰 이들을 겨냥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혼매점은 고객들이 보다 싼 물건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제조업체에
복잡한 기능을 단순화한 대신 가격을 낮춘 제품을 생산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같은 대형할인점용 전용모델은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한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실시되면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가전3사는 이에따라 일부 기능을 제외한 할인점용 전용모델을 생산해 최대
10%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대상제품은 컬러TV VTR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등 5대 품목이다.

서울 용산을 근거지로 전국에 30여개 매장을 보유한 전자랜드 21의 경우
삼성전자의 29인치 명품TV를 "CT 29L1"이라는 모델명으로 전용상품으로 주문,
46만원에 판매중이다.

일반대리점에서는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CT 29D6"라는 모델로 49만원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자랜드 21 전용상품에는 입출력 단자가 TV 뒷면에만 붙어있는 반면
일반대리점 모델엔 옆면과 뒷면에 장착돼 있다.

단자를 줄인 만큼 가격을 낮춘 것이다.

삼성전자 10kg급 세탁기는 전자랜드 21이 "SEW AL100" 모델로 48만원에
판매중이나 일반대리점에서는 기본기능이 같은 제품이 "SEW AM100" 등의
모델로 50만~53만원선에 팔린다.

전자랜드 21 세탁기 전용상품은 10단계 물높이 조절기능과 복잡한 세탁코스
추가 기능을 빼 가격을 나췄다.

테크노마트는 대우전자 5백20 냉장고를 "FRB 5270TM" 모델로 75만원에
판매중이다.

같은 용량의 "FRB 5270KB" 모델을 일반대리점에선 80만원이 약간 웃도는
선에서 팔고 있다.

테크노마트 전용상품은 내부 선반 소재를 값이 저렴한 일반 플라스틱으로
사용한 반면 일반 모델은 강화유리를 사용했다.

대우전자는 냉장고를 생산하면서 테크노마트가 주문한 제품에 대해선
모델명에 아예 "TM"(테크노마트의 약자)을 붙여 생산하고 있다.

가전3사가 이처럼 주문에 의해 맞춤 생산하는 물량은 전체의 5%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점에서 제품을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은 이같은 가격 차이 구조를 잘
알지 못해 구입후 판매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모델명을 정확히 파악, 각 기능을 확인하지 않고는 일반 모델과 할인점
전용상품을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할인매장측은 "전용상품은 기본기능은 동일하면서 별로 사용하지
않은 부가 기능을 없애 가격을 낮춘 점이 특징"이라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의 경우 판매를 늘릴수 있고 소비자로선 보다 싼 제품을 살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