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1921~1983) 시집 "십이음계" 에서

------------------------------------------------------------------------

글자 그대로 먹물로 그린 그림을 보면서 쓴 시라고 이해하면 된다.

소와 할머니를 그린 그림으로 소 목덜미에 할머니의 손이 얹혀 있다.

그 손에서 시인은 소를 대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읽은 것이다.

할머니와 소는 발등이 붓도록 종일 함께 일 했을 것이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를 가장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 적막하다고"의 마지막
대목이다.

삭막한 세상살이를 훈훈하게 덥히는 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