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어느 한식당.

바이오(생명공학) 관계자 10여명이 모였다.

생명공학연구소(소장 복성해)의 한문회.최인성.조성복.정준기.오태광 박사
등 쟁쟁한 연구진과 각계 전문가들이었다.

"21세기는 생물산업 시대입니다" "이젠 바이오 벤처를 본격적으로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이들은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최근 독립한 생명공학연구소가 주축이 돼
바이오 벤처창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모임의 결론이었다.

연구소측은 이미 창업기반을 꽤 갖추었다.

자체 연구진의 창업스케줄은 획기적이다.

프로테오젠바이오시스템스(대표 한문희) 바이오포커스(반재구) 코비아스
(정태화) 바이오푸드팜(정태숙) 마이크로아이디(천종식) 바이오알앤즈
(윤병대) 바이오로직스(이영익) 인센텍(박호용) 미크로젠(유장렬) 팜바이오
(민병길)..

무려 20여개 바이오 법인이 11~12월 사이에 한꺼번에 탄생한다.

생명공학연구소 박사급 연구진 2백50여명중 30% 이상이 벤처창업을 희망하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오는 12월 중순부터 연구소내 창업공간에 입주하게 된다.

연구소측은 12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3백평 규모의 신기술창업보육센터동을
짓고 있다.

내년 2월까지는 4백평 규모의 신기술사업화센터동을 증축할 예정이다.

연구소 외부 업체들도 14개사가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이같은 사업을 위해 "생물산업 벤처창업지원단"을 만들었고
내달 15일 엔젤투자 모임인 "바이오 엔젤그룹"을 창립한다.

한국에도 바이오 벤처시대가 열린다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바이오 부문은 창업 불모지였다.

벤처기업이 5천개에 육박하지만 바이오 벤처는 30여개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생물산업 분야에는 벤처기업의 역할이 막중함에도 한국의
바이오는 무기력했던 것.

지금까지 벤처창업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에 치중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바이오 환경 신소재 등 차세대형 신기술 창업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교수 연구원들의 창업이 불붙었기 때문.

이는 최근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대학 및 연구소 창업실태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벤처붐에 힘입어 2년여 사이 교수 및 연구원이 창업한 벤처기업은
1백2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생명공학.의학 분야 기업이 17개사, 환경공학.화학 17개사,
신소재 기업이 16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교수가 직접 대표자로 참여한 경우가 40개사.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 아주대 의대 곽병선 교수, 고려대 전자공학과
김석기 교수,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권영빈 교수,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송동호
교수, 서울대 화학과 최진호.박용상 교수, 한양대 상경대 이상빈.김명직 교수
등이 벤처 사장들이다.

정부 장려에 힘입어 교수와 연구원의 창업 기업은 연말까지 2백여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 벤처기업지원특별법 시행령을 고쳐 대학 벤처창업을
북돋우고 있다.

그 내용은 <>교수 및 연구원의 벤처기업 임직원 겸직 허용 <>창업 이전에
기술평가로 벤처기업 지정 <>벤처법인 자본금 2천만원으로 인하 <>대학내
실험실에 공장설치 허용 등이다.

연구소와 대학 사이의 연계 협력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생명공학연구소가 충남대 배재대 등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포항공대와 협력해 벤처보육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산하 연구소, 정부출연 연구소, 대학 등에는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95% 이상이 포진해 있다.

이들 싱크탱크가 벤처비즈니스에 직접 나서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벤처산업이 이처럼 질적으로 향상될 때 한국이 벤처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