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의 소매없는 티셔츠에 블루진을 입고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는 안네
소피 무터.

15년만에 다시 낸 비발디의 "사계"(유니버설) 앨범자켓을 장식한 무터의
모습이다.

앨범을 열어보면 역시 검은 티셔츠와 진으로 한바탕 웃음잔치를 벌이는
트론헤임 솔로이스츠 단원들도 나온다.

이번 음반에서 무터와 함께 비발디를 새롭게 되살린 주역들이다.

사계는 수없이 많은 솔리스트와 앙상블이 연주한 레파토리.

물론 조금씩의 해석의 차이는 있었지만 초현대적인 감각으로 부활시킨
앨범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무터가 사계의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 나섰다.

"봄"에서는 흘러넘치는 태양빛의 화려함과 싱그러운 젊음의 리듬감, 산뜻한
화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여름", 특히 3악장 프레스토는 비트있는 록음악을 들으며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의자에서 풀쩍 뛰어오르며 연주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부분이다.

이 음반은 무터와 트론헤임이 "사계"를 들고 유럽연주여행을 한 다음 녹음된
것.

특히 무터가 독일의 유명 화가인 그라우프너의 그림을 보고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도 수록돼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