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5홀 세컨드샷.

전방의 연못을 넘기려면 캐리로 1백80야드는 날려야 한다.

이때 연못 넘기는 것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짧게 치는 것을 "레이업"이라
한다.

러프나 숲속 등 트러블에 걸렸을때 뒤나 옆으로 쳐 내는 것도 레이업이다.

이같은 레이업 샷은 실상 골프에서 아주 유용한 샷이다.

전진의 욕망을 누르며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게임을
관리한다는 뜻.

적어도 레이업에는 "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무책임이나 자조가 없다.

그런데 레이업 개념은 꼭 "상황발생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티잉그라운드에서의 드라이버샷이나 평범한 아이언샷에도 레이업 개념으로
큰 효과를 볼수 있다.

예를들어 티샷할때 전방 1백50야드 지점까지만 볼을 보낸다는 생각도
레이업의 일종.

자신의 평균 드라이빙 거리가 2백야드인데도 1백50야드만 보낸다고 생각하면
스윙 템포가 부드러워지며 굿샷 확률이 높아진다.

이 개념은 특히 첫홀 티샷때 유용하다.

아이언샷에서도 "그린 근처면 족하다"는 식의 겸손이 있으면 의외로 터치가
좋다.

또 롱퍼팅에서의 래그 퍼팅(붙이는 퍼팅)도 레이업 속성중 하나이다.

레이업을 한다는 생각은 그자체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마음이 편해지면
샷도 좋아질수 밖에 없다.

레이업은 "한타를 더 치며 돌아가는 골프"가 아니라 실은 용기있게 선택하며
"게임을 관리하는 슬기"일 것이다.

아마추어에 비해 프로들의 레이업이 더 많은 것도 그때문이다.

< 김흥구 기자 hkgolf@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