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공항 인근의 강서구 대저 1,2동.

공항에서 나와 시내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물빛
비닐하우스와 만난다.

길이만 해도 얼추 5km.

햇살에 반사되는 흰 비닐 모습이 멀리서보면 마치 거대한 저수지로
착각케할 정도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농가당 억대 연수입을 안겨주는 토마토가 영글어간다.

이곳이 바로 "대저 토마토"로 잘 알려진 국내 최대규모의 토마토
생산단지다.

지난 70년대만해도 이곳은 꽃재배 단지로 통했다.

토마토 농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꽃재배가 훨씬 더 이문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수지가 맞지 않으면서 하나둘 토마토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방향 선회는 즉각 결실로 나타났다.

높은 당도와 싼 가격에 힘입어 토마토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토 재배 농가수가 4백곳을 넘어섰다.

생산규모는 2백40ha에 연간 1만4천t 정도.

4백억원 상당 규모로 가구당 소득이 평균 1억원에 이른다.

부농마을이 된 것이다.

대저 토마토가 확고히 이름을 굳히게 된 것은 토마토의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곳은 타지역보다 일조량이 많은데다 평균 기온이 2.5도 정도 높다.

따라서 겨울철에도 난방료가 적게 들어간다.

특히 공항과 항만에 인접, 물류비용을 줄이면서 kg당 가격을 타지역
제품보다 5백원 정도 싸게 할수 있는 것도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데다 신선도가 오래가 토마토 고유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

비타민C가 풍부하고 미네럴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도 대저토마토의
강점이다.

이같은 사실이 일본에까지 알려지면서 바이어들의 요청이 쇄도, 최근에는
방울토마토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오전에 딴 토마토가 당일 오후 오사카 도매시장에 직상장될 정도여서
신선도에 관한 한 일본 국내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때문에 국내 도매상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농가들은 내친김에 공동생산-공동판매체제를 구축, 세계적인 토마토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근 21개 농가를 중심으로 "레인보우 클럽"을
결성했다.

토마토 브랜드도 레인보우로 정했다.

레인보우 회장을 맡고 있는 박화섭 사장은 "농민들이 뭉쳐야만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좋은 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일본시장을
전국적으로 개척해 연간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