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내 채를 연인처럼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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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분 < 방송 작가 >
조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얼마전 골프 박람회에 간 내 모습은 장난감가게에서 정신없이 좋아하던
조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골프대중화가 되긴 되는건지 박람회장 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신이나서 돌아 다니는 모습이었다.
나도 퍼팅매트를 사고 싶었고 부츠형 겨울 골프화, 그리고 겨울용 장갑에
귀마개까지 온통 갖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발디딜 틈없이 북적대는 박람회.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해도해도 좀처럼 줄지 않는 스코어, 새로운 클럽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혹자의 말처럼 자기 과시를 위한 용품을 사기위해서일까?
물론 그런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골프가 너무 좋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너무 좋으면 자꾸 뭔가 더 해주고 싶지 않던가.
골프가 애인같으니 그에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리 대가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애정이라는건 그렇게 굳건한 것만도 아니다.
수년동안 정을 쌓아왔다해도 일단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는게 인간사 아닌가.
내 선배 한명에게는 몇년동안 애지중지,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던 드라이버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미스샷이 연발되자 안되겠던지 내 채를 한번 휘둘러 보았다.
그러자 언제 미스샷이 났냐는듯 볼은 쭉쭉 잘 나가주었다.
그때부터 그 선배 드라이버를 꺼낼때마다 못마땅한 눈치더니 결국
드라이버를 바꾸고 말았다.
내 채가 잘 안맞고 옆사람 채가 조금이라도 더 잘맞는다 싶으면 지금까지의
미스샷을 온통 채탓으로 돌리며 결국엔 그 채와 이별하게 된다.
그러니 섣불리 남의 채를 엿봐서는 안된다.
일순간 매혹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이 생길까봐 아직까지 한번도 다른 사람의 채를 휘둘러 본
적이 없다.
연인사이에 가장 필요한 감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듯 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중고에 구형이라 할지라도 내곁에 있는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
최고의 병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굿샷을 낳지 않겠는가?
나는 그 골프 박람회를 두시간도 넘게 돌아다녔지만 고작 볼 올려놓는 티
몇개만을 사고 말았다.
매장마다 새 채 광고를 현란하게 해댔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걸로 봐서
나는 아직 내 채를 너무 사랑하나보다.
비록 뒤땅에 바닥면이 많이 긁힌 채이지만 나는 눈 안돌리고 내 채만을
믿기로 했다.
내가 믿어야 그 채도 언젠가는 베스트스코어로 보답해 주겠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
조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얼마전 골프 박람회에 간 내 모습은 장난감가게에서 정신없이 좋아하던
조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골프대중화가 되긴 되는건지 박람회장 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신이나서 돌아 다니는 모습이었다.
나도 퍼팅매트를 사고 싶었고 부츠형 겨울 골프화, 그리고 겨울용 장갑에
귀마개까지 온통 갖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발디딜 틈없이 북적대는 박람회.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해도해도 좀처럼 줄지 않는 스코어, 새로운 클럽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혹자의 말처럼 자기 과시를 위한 용품을 사기위해서일까?
물론 그런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골프가 너무 좋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너무 좋으면 자꾸 뭔가 더 해주고 싶지 않던가.
골프가 애인같으니 그에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리 대가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애정이라는건 그렇게 굳건한 것만도 아니다.
수년동안 정을 쌓아왔다해도 일단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는게 인간사 아닌가.
내 선배 한명에게는 몇년동안 애지중지,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던 드라이버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미스샷이 연발되자 안되겠던지 내 채를 한번 휘둘러 보았다.
그러자 언제 미스샷이 났냐는듯 볼은 쭉쭉 잘 나가주었다.
그때부터 그 선배 드라이버를 꺼낼때마다 못마땅한 눈치더니 결국
드라이버를 바꾸고 말았다.
내 채가 잘 안맞고 옆사람 채가 조금이라도 더 잘맞는다 싶으면 지금까지의
미스샷을 온통 채탓으로 돌리며 결국엔 그 채와 이별하게 된다.
그러니 섣불리 남의 채를 엿봐서는 안된다.
일순간 매혹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이 생길까봐 아직까지 한번도 다른 사람의 채를 휘둘러 본
적이 없다.
연인사이에 가장 필요한 감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듯 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중고에 구형이라 할지라도 내곁에 있는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
최고의 병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굿샷을 낳지 않겠는가?
나는 그 골프 박람회를 두시간도 넘게 돌아다녔지만 고작 볼 올려놓는 티
몇개만을 사고 말았다.
매장마다 새 채 광고를 현란하게 해댔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걸로 봐서
나는 아직 내 채를 너무 사랑하나보다.
비록 뒤땅에 바닥면이 많이 긁힌 채이지만 나는 눈 안돌리고 내 채만을
믿기로 했다.
내가 믿어야 그 채도 언젠가는 베스트스코어로 보답해 주겠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