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에서 대구 경북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 9일 대구를 방문, 현지의 새마을운동 관계자들과 초.중.고교
교장들을 대상으로 두차례 특강을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연설에서 "민족의 명운이 좌우되는 국가적 과제를 눈앞에
두고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국가를 다시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는
매국적 행위"라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이기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을 국민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구삭금"이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 "여러 사람의 말이 모이면
쇠라도 녹이듯이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규탄하면
이런 행위는 반드시 발본색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관련, 김 실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5월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 박 대통령과의 인간적인 화해를 말한 것은
결코 정략적인 발상이 아니라 숱한 내면적 고민과 갈등을 겪은 후 내린
용서와 화해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박정희 정권에 의한 도쿄 납치사건을 가리켜 "현해탄 위에서
생사의 문턱까지 넘나들었던 분(김 대통령)이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박
대통령을 "역사적 지도자"로 되살려 놓은 것은 비서실장으로서도 감히 건의
하기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그러나 내가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 차원에서
건의하자 김 대통령은 이미 마음의 정리를 다 끝내고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기념사업에 대한 정부지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정치개혁문제에 언급, "정치개혁에 결연한 자세로 임한다고
해서 정치가 곧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즉
현실주의자의 관점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나가는데 한치의 허점과 오차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이날 연설문에서 "나는 비서실장이 마지막 공직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김영근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