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조원을 풀고 채권시장안정기금의 매수여력 확대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자금이 늘어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유입
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이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저금리 기조를 재천명하면서 유동성장세를
위한 기초여건은 다져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이같은 기대감은 9일 종합주가지수를 35.86포인트나
밀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투자증권은 "국내외 초과유동성과 금융장세"란 자료를 통해 국내
초과유동성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통화및 금리정책 =한국은행은 지난 4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때 현 단계에선 금융시장의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통화긴축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지난 8일에는 1조원 어치의 채권매수에 나서면서 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추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알렸다.

10일부터의 환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투신사 및 증권사에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 줄 방침이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지난8일 출자금 한도를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렸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증가한 매수여력을 바탕으로 다시 공격적 채권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통화 팽창 현황 =지난해 이후 정부는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해
5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증권투자 및 직접투자자금
합계가 2백43억달러에 달해 본원통화가 25조원 넘게 증가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약 20조원의 공적자금(공공자금 포함)이
추가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부실생보사에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안정기금 성업공사 한국은행등도 채권을 무제한 매입할 방침이어서
본원통화 증가율은 연간 30%이상이 될 전망이다.

<> 과거 사례 =통화량 증가는 큰 폭의 주가상승을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4년2월말 본원통화 증가율은 29.3%에 달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때부터 시작해 94년말과 95년초 1,000을 돌파했다.

지난해말부터 전세계 주가가 초강세를 보인 것도 미국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통화량을 증가시킨데 힘입은 바 컸다.

지난 9월말 현재 한국의 평잔기준 본원통화 증가율은 22.3%이다.

<> 주가 전망 =사이먼 릭비 슈로더투신 동북아시아 본부장은 "한국의
물가불안 염려가 낮은 만큼 유동성 장세가 이어져 1년내 전고점인 1,050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권 LG증권 조사역도 "현재 주가를 20%정도 끌어올릴 정도의 효과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통화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국내통화 증가효과를 희석시
킬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박경민 SEI에셋코리아 상무는 "미국이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 적자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세계 주가가 동시에 조정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99년 국내 통화팽창이 과도해 내년부터 긴축압력이 거세져 유동성
장세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