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과 한마디 없는 '대우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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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도산한 일본 야마이치증권의 최고경영자는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면서 국민들 앞에 사죄했다.
그는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고 직원들은 아무죄가 없으니 선처해달라"고
부탁해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한국사람이 해외에서 가장 난처한 점은 시도때도 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익스큐즈 미", 일본인들은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한국인은 길거리에서 아무리 어깨를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안나온다.
그래서인지 단군이래 최대 부실을 낸 대우사태에 대해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
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31조2천억원의 손실을 안긴 대우 경영진들이나 부실대출을 내준 금융기관,
관리감독을 소홀히한 정부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다.
거꾸로 자신들도 피해를 봤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다.
물론 한보 기아 때도 사죄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김우중 회장의 측근인 핵심임원 한사람이 직원들 앞에서 김 회장을
"70년대식"이라고 드러내놓고 비판해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70년대식 사업확장 방식으로 90년대를 경영한 점이 김 회장의 최대실책이란
것이다.
대우 직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그 임원을 비롯) 왜 할복하는 사람은 커녕 국민들 앞에 사죄하는 사람
하나 없는가"
도시국가였던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만든 기초는 "노블리스 오블리게(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의상 의무)"였다.
왕족 귀족의 자제들이 국가존망의 위기엔 먼저 전장으로 달려갔다.
반면 우리의 일부 지도층은 자신은 물론 자식들을 군대 안보내는데 앞장섰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과하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걸까.
사죄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도 대우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손실분담, 정부의 시장대책 등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는
평가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김 회장 등 대우 핵심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도 검토한다고 한다.
대우문제가 남긴 경제손실은 결국은 치유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사과기피증"은 쉽사리 고쳐질 것 같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기성세대들은 젊은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쳤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자부터 사과하겠다.
"대우부실을 미리 파헤쳐 보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
흘리면서 국민들 앞에 사죄했다.
그는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고 직원들은 아무죄가 없으니 선처해달라"고
부탁해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한국사람이 해외에서 가장 난처한 점은 시도때도 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익스큐즈 미", 일본인들은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한국인은 길거리에서 아무리 어깨를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안나온다.
그래서인지 단군이래 최대 부실을 낸 대우사태에 대해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
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31조2천억원의 손실을 안긴 대우 경영진들이나 부실대출을 내준 금융기관,
관리감독을 소홀히한 정부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다.
거꾸로 자신들도 피해를 봤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다.
물론 한보 기아 때도 사죄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김우중 회장의 측근인 핵심임원 한사람이 직원들 앞에서 김 회장을
"70년대식"이라고 드러내놓고 비판해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70년대식 사업확장 방식으로 90년대를 경영한 점이 김 회장의 최대실책이란
것이다.
대우 직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그 임원을 비롯) 왜 할복하는 사람은 커녕 국민들 앞에 사죄하는 사람
하나 없는가"
도시국가였던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만든 기초는 "노블리스 오블리게(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의상 의무)"였다.
왕족 귀족의 자제들이 국가존망의 위기엔 먼저 전장으로 달려갔다.
반면 우리의 일부 지도층은 자신은 물론 자식들을 군대 안보내는데 앞장섰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과하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걸까.
사죄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도 대우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손실분담, 정부의 시장대책 등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는
평가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김 회장 등 대우 핵심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도 검토한다고 한다.
대우문제가 남긴 경제손실은 결국은 치유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사과기피증"은 쉽사리 고쳐질 것 같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기성세대들은 젊은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쳤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자부터 사과하겠다.
"대우부실을 미리 파헤쳐 보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