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전 국가정보원장)가 반출한 국정원 문건에 대한
의혹이 날로 강해지면서 "이 부총재 책임론"이 정치권에 급부상하고 있다.

"반출 서류중 정치 문건은 없었다"는 당초 이 부총재의 주장과는 달리
"총풍" "세풍" 등은 물론 차기 대권을 겨냥, 내년 총선 후보에 대한 리스트도
갖고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 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이 부총재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허가를 받아 문건을 반출했다"는 이 부총재의 주장을
정면 부인한데다 국민회의도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며 보호막을
거둬 "언론문건대책" 파문이 이 부총재 문책론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국정원은 3일 "이 전 원장의 문서 반출 경위를 조사한 결과 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법 반출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반출한 문건들이 국가 기밀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회의측도 "부총재 본인이 알아서 처리할 사안이다"이라며 이 문제를
당과 분리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췄다.

한화갑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이 부총재와 면담한 후 "이 부총재의 거취
문제를 당에서 거론한 적이 없다"며 파문의 조기진화에 나섰으나 면담시간이
10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때 양측간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는 관측이
강하다.

당 관계자는 "언론대책문건 파문은 한나라당의 언론매수 공작의 일환임에
틀림없으나 이 부총재의 불법 문건유출로 당 입장만 곤란하게 됐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동교동계를 중심으로한 이른바 구주류측은 신주류측인 이 부총재에
대한 불만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언론대책문건"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실체를 밝히는 작업보다는
이 부총재의 사법처리 여부에 보다 큰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