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회장은 늦깎이 경영인이다.

지난 67년 마흔이 넘어 대한화섬(현 태광산업에 흡수)상무 겸 공장장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당시 고려대 화학과 교수였던 그는 이후 1년 가량 대학강단과 기업현장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래서 부친이 경영하는 경방에 들어간 것이 늦었다.

창립 50주년인 69년에 합류했다.

대학 졸업후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다른 2세들보다 출발이 무척 늦었던
셈이다.

김회장은 경영원칙으로 상식을 꼽고 있다.

항상 "상식과 양식의 선용"을 강조한다.

상식에서 벗어나거나 양식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경영실패는 없다는
주장이다.

학자 특유의 고집을 경영스타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71년 용인공장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

주주들의 반대에도 겨울공사까지 벌이며 74년 완공시켰다.

면방이 사양산업이라며 만류하는 사람들에게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면
미련없이 집어 치워라.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밀고 나갔다.

용인공장은 이후 업계의 모범답안이 됐고 경방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그는 회장에서 사장으로 "자진 강등"된 경력도 갖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우대한 부친의 뜻에 따라 지난 75년 회장 취임 후에도
경영권을 사장에게 맡겼던 그는 경기불황이 한창이던 81년 사장으로 한단계
내려 앉았다.

회장의 이런 의지는 직원들의 사기로 연결됐고 경방은 82년부터 제궤도를
찾았다.

한편 김 회장의 이번 회장대행 추대로 60,70년대 6번에 걸쳐 전경련회장을
지낸 부친 김용완씨에 이은 부자 전경련 회장이 탄생했다.

- 김 회장 약력

<>25년 서울 출생
<>중앙고 연희전문 졸업
<>유타 주립대 이론화학 박사
<>고려대 화학과 교수
<>대한화섬 상무 겸 공장장
<>경성방직 부사장
<>경방 대표이사 회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전경련 부회장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