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경제는 경제학자들의 고민거리가 될 만큼 호황이다.

4.8%대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에다 실업률(4.2%)도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지만
인플레가 없는 기형적(?) 형태다.

실업률과 인플레가 반비례한다는 기존 경제이론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경기순환의 정점에 달했다" "곧 폭락한다"는 경고속에서도 증시는
벌써 8년내리 오름세다.

비결이 뭘까.

해석이 분분하다.

인터넷등 첨단산업쪽으로 재빠르게 산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결과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또 일찍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 기업체을 강화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그럴듯하다.

그중 미 중앙은행인 연준리(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 덕분이라는 해석이
관심을 끈다.

실제로 그린스펀은 13년간 FRB를 이끌면서 "곡예하는 듯한"절묘한 통화정책
으로 신경제를 가능케 했다는 평을 듣고있다.

그는 "파티가 무르익었을때 그만 자리를 뜨자고 하는게 내가 할 일"이라며
경기과열로 치닫는 미국경제를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안정성장의 가도 위에
올려놓았다.

"능력있는"그린스펀에게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조차도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클린턴이 지난 96년 재선에 나서면서 경기부양용 금리인하를 종용했다가
그린스펀에게 보기좋게 거절당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후 클린턴은 그린스펀을 재임명함으로써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성숙한 미국정치의 수준을 보여줬다.

최근 국내에서는 "인플레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논쟁과정에서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가 경제연구소들로 하여금 내년도 경제전망을 장미빛으로 "분칠"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검토 발언"을 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 일 등이 그것이다.

항간에서는 이같은 일과 관련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관련기관에 압력을 가했다는 추측이 나돈다.

또 이런 추측은 그동안의 한국적 정치 특성을 감안할 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얘기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게 있다.

"경제정책을 정치의 담보로 잡힐순 없다"며 중앙은행의 정치적 중립을
극대화하고 있는 그린스펀의 소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시스템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 박수진 국제부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