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가신용의 경제외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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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인천 화재참사를 1면이나 국제면 톱 뉴스로 대서특필
했다.
LA타임스는 10월31일자 1면과 23면에 국내언론 못지않게 자세히 다루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기사는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신문은 "얼마전 유치원생 19명이 사망한 화재사고로 관계공무원 등
15명이 체포됐고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재발방지를 지시했었다"고 상기시키
면서 "참사가 나면 법석을 떨지만 소동은 얼마 안가 쉽게 가라앉는다"고
"냄비기질"까지 지적했다.
CNN과 BBC방송은 "한국은 안전최악의 나라"라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의 독자나 방송 시청자중에는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인이나
월가의 애널리스트도 있을 것이다.
한국 지사로 발령을 받고 자녀와 함께 곧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상사
직원도 있을 수 있다.
이때문에 인천화재 사건 같은 대형참사의 반발은 외국인투자유치는 물론
국가신용도평가에도 당장 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무디스나 S&P 같은 신용평가기관이나 외국은행 보험사들이 국가
신용도를 평가할 때 성장률 재정건전성 성장잠재력 같은 "국내경제안전도"나
경상수지 외채 외환보유고 등 "대외결제신인도"만 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수출을 많이 해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면
국가신용도가 부쩍 높아져 멀지않아 선진국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경제못지않게 유심히 살피는 것이 있다.
"사회 및 정치안정도"가 그것이다.
국내 기관들이 다른 나라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배점기준을 보자.
정치사회 안정도 3백점, 대외결제신인도 2백50점, 대내경제안정도 2백점
순이다.
요컨대 사회.정치상황이 불안하면 대우사태와 같은 당면 경제문제가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 국가신용도가 높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악의 안전불감증"에다 거기에 버금가는 수준인 정치판까지 감안하면
경제사정이 나아져도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선진국수준으로 높아질 날은 멀어
보인다.
"정치안정도"는 예측가능성, 정치세력간 갈등정도, 최고지도자의 통치스타일
지역.종교분쟁여부, 투자주변환경 등으로 평가된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
했다.
LA타임스는 10월31일자 1면과 23면에 국내언론 못지않게 자세히 다루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기사는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신문은 "얼마전 유치원생 19명이 사망한 화재사고로 관계공무원 등
15명이 체포됐고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재발방지를 지시했었다"고 상기시키
면서 "참사가 나면 법석을 떨지만 소동은 얼마 안가 쉽게 가라앉는다"고
"냄비기질"까지 지적했다.
CNN과 BBC방송은 "한국은 안전최악의 나라"라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의 독자나 방송 시청자중에는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인이나
월가의 애널리스트도 있을 것이다.
한국 지사로 발령을 받고 자녀와 함께 곧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상사
직원도 있을 수 있다.
이때문에 인천화재 사건 같은 대형참사의 반발은 외국인투자유치는 물론
국가신용도평가에도 당장 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무디스나 S&P 같은 신용평가기관이나 외국은행 보험사들이 국가
신용도를 평가할 때 성장률 재정건전성 성장잠재력 같은 "국내경제안전도"나
경상수지 외채 외환보유고 등 "대외결제신인도"만 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수출을 많이 해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면
국가신용도가 부쩍 높아져 멀지않아 선진국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경제못지않게 유심히 살피는 것이 있다.
"사회 및 정치안정도"가 그것이다.
국내 기관들이 다른 나라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배점기준을 보자.
정치사회 안정도 3백점, 대외결제신인도 2백50점, 대내경제안정도 2백점
순이다.
요컨대 사회.정치상황이 불안하면 대우사태와 같은 당면 경제문제가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 국가신용도가 높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악의 안전불감증"에다 거기에 버금가는 수준인 정치판까지 감안하면
경제사정이 나아져도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선진국수준으로 높아질 날은 멀어
보인다.
"정치안정도"는 예측가능성, 정치세력간 갈등정도, 최고지도자의 통치스타일
지역.종교분쟁여부, 투자주변환경 등으로 평가된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