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회사의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자 직원중 한명이 술기운을 빌려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여사원에게 "왜
늦게까지 시집가지 못하느냐, 혹시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여직원은 금방 얼굴이 벌개지며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화기애애하던 회식자리가 찬물을 끼얹은듯 어색한 분위기로 돌변했음은
물론이다.

직장내 성희롱이 사회문제화된 요즘에도 이같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문제는 성희롱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있다.

물론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남자들은 여성들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인다며 툴툴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성희롱을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치스러움은 물론 모멸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반복되면 과중한 스트레스로 발전해 복합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면 회사 전체 업무능력을 저하시킨다는 학계의
보고도 나와 있다.

오죽했으면 각 나라마다 성희롱 방지법을 서둘러 제정해 시행하겠는가.

순수한 성적 농담은 인간관계에서의 긴장을 풀어주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성차별에 대한 편견과 성희롱을 당하는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후유증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와 빈도수는 적절히 제한돼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여성을 상급자로 모시는
경우가 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남성들은 이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마음자세
를 세워야 한다.

성희롱 피해자도 지금까지처럼 ''쉬쉬''하거나 피해버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가해자에게 편지를 쓰거나 만나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사후를 위한 경고성 충고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안되면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상사에게 보고하는게 좋다.

최악의 경우엔 법적대응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남녀 모두 평등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대해야 할 시대이기
때문이다.

신승철 < 남서울병원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