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 참사는 경찰과 구청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라이브II 호프"의 불법영업 신고를 받고 세차례나 현장에
출동하고도 한번도 적발하지 못했으며 구청도 폐쇄명령 이행사실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검찰은 중구청 보건복지과 신모(33)씨와 문화예술팀 마모(36)씨,
중부소방서 방호과 석모(37)씨와 정모(30)씨 등 4명을 소환해 감독소홀과
유착여부를 수사했다.

또 호프집의 실제주인 정모(34)씨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 불법영업 적발 실패 =화재 현장과 5분거리에 있는 인천 중부경찰서 축현
파출소에는 불이난 상가의 2층 "라이브II 호프"가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세차례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21일과 9월4일, 10월23일 이 호프집이 청소년들에게 불법으로 술을
팔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현파출소는 세번 모두 현장에 112순찰차를 출동시키고도 불법영업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파출소 관계자는 "호프집에 갔지만 문을 잠그고 "내부수리중" 표시를 붙여놔
영업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들이 출입하는 지를 조사했지만 안에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오인신고"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구청도 영업장폐쇄 여부를 재점검하지 않았으며 소방서는 관련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지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담당공무원과의 유착의혹 =검찰은 이에따라 경찰과 업주간에 유착이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기로 했다.

이 기간중에 호프집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던 점을 감안, 뇌물수수 등이
없었더라도 당시 출동경찰을 직무유기 등으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은 "라이브II 호프"의 실제 사장인 정모(34)씨와 영업사장 김모
(33)씨, 노래방 업주 이모(28)씨 등이 영업 인허가나 소방점검과 관련된
비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이들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호프집의 실제 주인인 정모씨는 10여년동안 인현동 일대에서 술집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사만을 해 4층짜리 상가건물과 10여개의
유흥업소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역유지 행세를 하면서 중구청이 주최한 행사 때 거액의 찬조금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술장사를 하며 막대한 재력을 쌓은데는
감독담당 공무원의 묵인이나 유착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관련된
인허가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소방시설과 관련된 인허가나 점검일지 등도 자세히 검토할 방침이다.

<> 행정기관의 뒤늦은 단속 =인천시는 각 구청별로 관내의 유흥업소들이
청소년을 불법으로 출입시키고 있는 지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영업정지 등을 받고도 몰래 영업을 하는 곳은 모두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또 소방서들은 다중이용시설이 폴리우레탄이나 스티로폼 등의 인화성 자재를
사용했을 경우 덧칠규정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인화성 물질을 많이 사용한 업소에 대해서는 건축법상 하자가 없더라도
내화성 자재로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인천시 교육청도 이날 긴급 교장단회의를 열고 각 학교장 책임아래 학생들의
유해업소 출입 근절대책을 논의했다.

교육청은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 등을 동원해 매월 두차례씩 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이고 매주 토요일에는 학교 인근 및 취약지역에 대한 교외생활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