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을 평균 5.3%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인상요인의 적정여부를 떠나 우선 반갑지 않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물론 주택용 및 농사용 전력요금을 전면 동결함으로써 서민생활 보호와
농어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어떤
요금을 올리든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되돌아 오게 될 것은 뻔한
일이어서 가뜩이나 불안한 내년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상요인이 명백한데도 가격조정을 미루는 것이
현명한 대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전력요금은 그동안 물가안정시책을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인상요인이
제때 반영되지 못해왔다.

그 결과 한전의 경영이 악화되고, 특히 전원설비 확충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외자차입이 늘어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물가안정을 도모하려다 오히려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결과를 가져왔다는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제원유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원화 환율마저 높은 수준
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전력요금인상은 어느정도 불가피했다고
이해할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시정을 위해서도
전기요금체계의 재조정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현행 전기요금체계는 제조업 및 농어업에 대해 원가에도 못미치는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반면 주택용및 일반사무실용 등은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기업들의 에너지절약 의지가 상대적으로
희박해질 수밖에 없고, 산업구조도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최근의 산업구조는 정보통신등 지식산업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어
요금체계 재조정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정부가 이번 요금조정에서 산업용의 인상률을 가장 높게 책정한 것은 그같은
이유다.

이밖에도 민영화를 골자로한 전력산업구조 개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않다고 본다.

다만 요금조정만이 최선의 방안인가, 또 이번 조정으로 과연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갖춰졌는가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한전 재무구조 악화가 전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때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않을 것이다.

불합리한 요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에 앞서 한전은
경영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여지는 없는지 철저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