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니 마음이 너무 편해요. 마치 먼길을 돌아 고향에 온 것
같습니다"

오는 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팔만대장경''의
장님 연이역으로 데뷔하는 임유진(25)씨는 늦깍이 배우다.

그가 무대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배우들이 학창 시절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있을 때 그는 성악을
공부해야만 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1남2녀중 차녀인 그에게 부모들은 평범한 딸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끼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대학교 2학년때였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처럼
마음 한구석에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는 올해초 카자흐스탄 등지로 6개월간의 선교여행을 다녀온 후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아버지 임동진씨(현역 탤런트)도 잘해보라는 격려까지 해주었다.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이 결정되던 날 그는 세상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부모의 후원까지 받아가며 서는 무대가 매일 새롭기만 하다.

"처음에는 연출가 선생님한테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꾸지람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속이 많이 상했어요. 요즘은
역시 피는 못속인다고 말씀하십니다"

성악과 "서울레이디스 싱어즈 합창단" 활동으로 다져진 그의 가창력은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극중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고 오빠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 장님 연이의
애절한 심정을 서정적 선율로 전달한다.

음악극 성격이 짙은 이번 작품은 그에게 기량을 발휘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무대다.

"이름난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포근함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격려해주세요"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