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 문건" 파문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해 여권실세에 전달한 것을
또다른 기자가 입수해 야당의원에게 전달, 폭로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핵심 열쇠인 문건 작성자(중앙일보 문일현 기자)와 제보자(평화방송
이도준 기자)가 모두 드러난 것이다.

또 문건을 전달받은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측과 이를 폭로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주장도 구체성을 띠어가고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어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드러난 사건 윤곽 =지난 6월 20일 베이징에서 유학중인 문 기자가
이 부총재와 전화통화를 한뒤 문제의 문건을 작성, 같은 달 24일 팩시밀리를
통해 이 부총재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을 지난 7월 초 이 부총재 사무실에 들렀던 이 기자가 복사했다.

이 기자는 문제의 문건이 국정원 등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취재했으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기자는 이후 9월께 정 의원을 찾아가 문건을 건네줬다.

따라서 여당이 주장했던 "중앙일보 인사제공설"과 정 의원이 주장한
"이 부총재측 제보설"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제보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고 변명했고
국민회의측은 중앙일보에 공식 사과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 보면 이번 사건은 대체로 두명의 기자가 개인적
차원에서 작성, 전달한 문건이 정형근 의원의 "폭로"로 인해 정국에
일파만파의 파문을 던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이 기자가 문건 출처 등을 취재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이를
회사 간부들이 확인했기 때문에 문건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종찬-이강래 팀이 이 문건을 기초로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대로 실행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엇갈리는 진술 =문건작성 경위에 대해 문 기자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 부총재도 지시한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종찬 팀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해서도 이 부총재와 정 의원의 진술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정 의원은 문 기자가 보낸 원문과 다른 재가공된 문서를 받았다고
강조했지만 이 기자와 문 기자는 원문 그대로 폭로됐다고 말했다.

<> 남은 쟁점 =두가지 핵심 쟁점이 남아있다.

우선 야당이 의도적으로 문건을 부풀렸는지 여부다.

이 기자는 정 의원과 만나 "이 정도 문건이면 이강래 전수석이 만들지
않았느냐는 추정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기자가 "이강래가 작성했고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알려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자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 의원과 한나라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문건을 왜곡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다른 쟁점은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는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문서가 재가공됐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이 부총재는 물론, 이 기자와 문 기자 모두 재가공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정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문서를 재가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 부총재와 기자들의 진술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 여권이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이 기자가 단독으로 문건을 작성했는지, 중앙일보가 사건 전개과정에
개입했었는지, 이 부총재가 문 기자와의 통화내용을 녹취했는지 등도 추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