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우리 경제에 물가상승을 완화할 요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총재는 이날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상장사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물가불안이 현재화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 5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통화유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관련 한은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자금수요가 크지 않다"며
"설비투자의 경우 97년의 87%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 총재는 또 외환위기 이후 대외개방이 크게 진전돼 총수요압력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자가 부족하면 수입이 증가해 경상수지가 먼저 나빠지지 물가부터
들먹이는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번째로는 생산성 향상이 거론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기업의 수익성중시 경영등으로 경제전반의 생산성
이 빠르게 향상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인상 압력이 상당부분 완화됐을 것이란 얘기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점도 물가압력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기업들의 노동절약적인 고용행태가 확산되고 있어 실업률이 과거와 같이
2%~3% 수준으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게 전 총재의 생각이다.

실제로 올들어 8월까지 생산증가율은 21.7%에 이르지만 취업자수 증가율은
마이너스 0.3%에 그치고 있다.

전 총재는 마지막으로 경제의 서비스화 진전을 들었다.

대표적인게 유통혁명이다.

대형할인점의 급신장, 통신판매 및 전자상거래 증가로 인해 소비자 구매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총재는 이같은 요인들을 거론한후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내년
1,2월에 물가상황을 재검토해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