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한시간 안에 도착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우 워크아웃을 맡고있는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 워크아웃을 무조건 11월초
이전에 끝내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해내라고 정부가 독촉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요즘 대우 워크아웃을 맡은 채권단 관계자들은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채
일에 매달리고 있다.

조흥은행의 실무담당 과장은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제일은행 실무자들도 연일 밤샘작업에 골병이 들고 있다.

"밤12시에 집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많게는 1백여명이 넘는 회계사들이 계열사별로 투입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근무에도 불구하고 자산실사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26일 열린 채권단 회의에서는 자산실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계열사간
거래관계 정리"문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채권단은 결국 대우 계열사간에 얽힌 거래관계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
자산실사를 종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금융당국이 시한만을 생각해 도저히 불가능한 지시를
내린다고 말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대우 계열사간의 거래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채권채무
서류를 대조했더니 숫자가 맞지 않거나 주장이 엇갈리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다"며 "거대그룹의 계열사간 거래관계의 실상을 알아내기조차 힘든데도
정부당국은 금방 해결할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산실사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다보니 채권단은 불확실한 워크아웃
계획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27일 열릴 예정인 채권단 전체 운영위원회는 실사보고서 없이 중간보고만으
로 워크아웃계획 초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는 운영위에서 확정하는 워크아웃 초안을 갖고서 28일 도쿄에서 열리는
해외채권단 회의에 참석키로 했다.

2백여 해외채권금융기관들이 "초단기간내에 만들어진 계획안"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 현승윤 경제부 기자 hyuns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