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노 루딩 < 시티은행 부회장 >
대담 = 최경환 < 논설위원 >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까.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에도 유능한 전문인력이 상당수 있으나 연공서열식 인사 때문에 활용이
안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전문인력은 외국에서 과감히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금융부문에서 많은 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 등 구태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건전한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감독기관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감독위(FSC)의 창설은 긍정적으로 평가 합니다.

발족한지 얼마 안된 FSC가 완벽한 기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나친 개입보다는 금융규율을 확립하는데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
합니다"

-거시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개혁의지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개혁의 고삐를 늦추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입니다.

제 조국 네덜란드도 80년대 중반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86년 선거를 앞두고도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치유를 위한
강도 높은 개혁으로 "네덜란드의 기적"을 이룩한 경험이 교훈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미만으로 낮추라고 5대그룹에
요구하고 있으나 기업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한국의 5대그룹도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획일적으로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 2백% 미만으로 낮추는데는 무리가 따르게
됩니다.

시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채비율 축소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자본시장 개방면에서 한국은 OECD 기준에 못미친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자본시장 개방에 있어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점은 평가합니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는 투자제한이 남아 있습니다.

자본유출입에 지장이 없도록 회사법, 파산법 등을 OECD 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는 28일 도쿄에서 대우 해외채권단 회의가 열릴 예정으로 있는데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까.

"최근 해외채권단이 부채동결에 합의했다는 한국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한국내 영업기반이 확실한 시티은행은 부채동결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다른 외국채권자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들은 여차하면 "법적대응"에 나설 채비가 돼 있습니다.

대우문제는 한국 전체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같은 메시지를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서도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인수한데 이어 외국금융기관들의 한국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티은행도 한국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제휴를 강화할 계획은 없습니까.

"시티은행은 한국내에서 독자적인 영업기반을 구축했습니다.

현지화가 이미 이루어진 셈이죠.

따라서 다른 외국금융기관처럼 한국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영업발판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시티은행 명동지점장이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비극적인 일이며 그의 불행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시티은행은 보수, 복지면에서나 업무환경면에서 다른 어떤 회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혹시 개인적인 문제 외에 회사차원의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 정리 = 고성연 기자 amazi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