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 한 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안도현(1961~) 시집 "모닥불"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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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가을 햇살 아래 마당에 고추를 널어 말리는 마을을 지나가면서 그
빨간 고추에서 사람이 사는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이 이 시의 포인트다.

사람이란 고추처럼 맵게 살아, 고추장도 되고 너무 매울 땐 속을 달래는
찬물도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아무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비유나 상징.

좋은 시의 비결은 여기에 있으리라.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