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거북하다고 느낀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내민 알약을 삼키자 컴퓨터 모니터에 위장상태가 나타난다.

그냥 알약이 아니다.

캡슐로 포장된 초소형 로봇이다.

염증이나 암세포가 없는지 살핀 뒤 마우스 조작에 따라 장으로 이동한다.

초소형 의료용 로봇은 내시경을 대체하게 된다.

몇년 뒤의 모습이다.

의료기기의 발달속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다.

심장을 비롯한 각종 인공장기도 개발중이다.

심장이 나쁘면 갈아끼우는 것이다.

동물의 장기가 아닌 인공제품이다.

심근경색이나 고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지면 119 구조대가 자동으로 위치를
파악해 환자를 옮기는 시스템도 연구중이다.

재택진료 처방시스템도 선보이게 된다.

먼 훗날 얘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내 실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컴퓨터 정보통신 광학 생물학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융합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건강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이 산업은 기술집약형인 업종이어서 한국 실정에 알맞다.

기술만 뛰어나면 큰 투자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9백억달러, 올해는 1천억달러로 추정
되고 있다.

해마다 10%가 늘어나는 성장산업이다.

이 가운데 영상진단기기와 의료정보시스템이 1백억달러, 생체현상 기록장치
와 각종 실험분석기기가 각각 5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영상진단기기에는 초음파진단기 X레이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등이
들어 있다.

생체현상 기록장치에는 심전계 환자감시장치 뇌파계 등이, 실험분석기기엔
임상분석기 혈액검사기 등이 포함된다.

의료기기가 21세기를 주도할 산업의 하나로 꼽히자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지멘스 소니 마쓰시타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메디슨 세인전자 등 수백개사가 이 분야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극소수를 빼고는 중소기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라 전문화하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초음파진단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이 전략에
따른 것.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기기는 수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
업체는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승우 메디슨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몇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마스터플랜을 짜는 일.

의료기기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총체적인 계획이다.

여기에는 의료기기개발에 필요한 인접기술을 분석하고 이들을 융합할 수
있는 방안과 제품개발 방향 등을 담아야 한다.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와 마케팅 및 서비스 제고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핵심역량의 공유도 긴요하다.

의료산업이 다양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어 모든 것을 1개 기업이 도맡아 할
수는 없기 때문.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개도국을 지원하는 자금인 차관자금(EDCF)의 사용처
가운데 의료기기 분야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료기기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에 진출하는 벤처기업도 늘고
있다.

X선 촬영후 영상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제이엠테크놀로지의
한용우 이사는 "첨단 의료기기 기술을 개발하는데 정부의 과감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무제표와 매출액을 따지는 전통적인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성장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