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인을 잡아라"

서울상인을 모시기 위한 지방 대형쇼핑몰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품기획력과 순발력, 아이디어 싸움 등에서 서울상인들의 능력이 지방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자 지방 대형 쇼핑몰들이 상권 조기활성화를 위해
"서울상인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방쇼핑몰들의 서울상인 유치경쟁은 두산타워, 디자이너클럽 등 유명
패션쇼핑몰이 밀집한 동대문상권의 상인들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문을 연 갤러리존의 경우는 서울 동대문 상인을 대거
영입한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갤러리존은 총 2백40여개 점포중 75%에 해당하는 1백80여개 점포를
서울상인들로 채웠다.

디자이너클럽 상인 30여명, 팀204 상인 60여명, 밀리오레 상인 30여명,
두산타워 상인 20여명 등 동대문상권에서 활약중인 서울 상인들이 갤러리존의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갤러리존은 서울상인 유치를 위해 오픈 1년 전부터 동대문 상인 6백여명의
리스트를 작성, 꾸준한 영입활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존의 백명선 회장은 "서울상인의 대다수는 자체상품생산이 가능한
대형도매업자"라며 "서울상인이 많이 입점할 경우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져 상품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청주에 오픈한 메가폴리스 역시 적극적으로 서울상인 영입을
시도한 쇼핑몰이다.

메가폴리스는 서울 H쇼핑몰의 거상을 스카웃해 서울 상인들을 유치하는
작업을 맡겼다.

이 결과 메가폴리스는 전체 4백23개 점포중 1백80여개에 이르는 점포를
아트플라자, 혜양엘리시움, 디자이너클럽 등 동대문지역 상가에서 온
서울상인들로 채웠다.

메가폴리스의 조홍기 사무장은 "상권개발을 위해서는 제품생산력을 갖춘
서울상인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11월말 의정부에 문을 열 예정인 미즘쇼핑몰은 상점분양팀을 아예
동대문지역의 유력상인들로 구성했다.

동대문상인들을 한명이라도 더 입점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미즘관계자는 "최근 동대문 상인들이 속속 입점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전체점포수중 반 이상을 동대문상인들이 운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같은 "서울상인 모시기"경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타워의 신동규 과장은 "지방에 쇼핑몰 오픈 붐이 고조되면서 생산,
유통, 판매 전분야에서 노하우가 뛰어난 서울상인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서울 상인들 역시 지방판매 거점 확보 차원에서 지방으로 점포를
확장시키는데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방쇼핑몰들은 서울상인 유치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점포를 분양해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상인들의 지방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