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윤동주(1917~1945)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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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를 두른 흰 수건, 거친 발에 걸린 흰 고무신, 슬픈 몸짓을 가린
흰 저고리 치마, 가는 허리를 동인 흰 띠...

일본의 후쿠오카 감옥에서 옥사한 젊은 시인의 눈에 비친 우리 민족의 슬픈
모습이다.

흰 옷을 즐겨 입는다 해서 백의민족이라 했다지만 흰 옷 자체가 그에게는
"나는 못난이오"라는 슬픈 고백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의 바닥에는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깔려 있다.

동요로 읽어도 좋을 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