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할 때다.

과거의 낡은 엔진으로는 "한국호"를 더 움직일 수 없다.

산업환경의 패러다임 자체가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한국은 범용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넘겨받아 부지런히
공장을 돌렸다.

중저가 상품들을 만들어 수출, "한강의 기적"을 이루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젠 안 된다.

더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과거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IMF 사태"가 보여주었다.

한국경제에 걸맞는 새 "성장엔진"이 어떤 것인지,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다.

디지털 및 인터넷 기술이 신산업을 창출하고 광속사회 진입을 촉진할
것이다.

바이오 대체에너지 신소재 등 각종 신기술도 급속히 실용화할 것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한국은 최첨단 기술선진국을 뒤따라가는데
허덕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목표는 초일류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인 특유의 "다이너미즘"이 발휘되면 선두그룹에 끼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한국엔 세계 최고의 교육열 덕분에 훌륭한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이 두뇌들이 "성장 엔진"을 본격 가동하면 한국은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새 천년엔 <>정보(시간) <>생명(개인) <>환경(자연)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유망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먼저 정보부문을 보자.

정보와 지식 자체가 재화화되면서 소프트 콘텐츠 사이버 등의 분야가
떠오를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 분야 산업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광 평판디스플레이 고성능컴퓨터 멀티미디어 등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20세기까지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기술개발의 주대상이었으나 앞으론
생명현상 등 인간자체가 주된 연구테마가 될 전망이다.

신약 유전자해석 종자개량식물 등 바이오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명산업
분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새 밀레니엄에는 삶의 질이 중시된다.

따라서 환경.에너지 분야가 핵심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적극 개발해야 할 기술은 초전도 대체에너지 폐기물처리 대체자원개발
극지활용기술 등이다.

각국은 "테크노 헤게모니"(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선진권 기업들은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업계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크라이슬러는 환경및 안전기술에서 뒤지자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독일의 벤츠와 합병한 것이 그 사례다.

한국에서 성공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의 예를 보자.

지난 90년대초 한국업체들은 이 사업에 참여했으나 초창기엔 일본 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낮은 수율, 높은 원가에 고전했다.

그러나 95년부터 대형투자를 통해 시장수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96년까지는 일본 업체들을 모방하는 캐치업 라인방식이었으나 97년 이후
독자적으로 기판크기를 확대하면서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특히 98년 불황때 시황회복의 신념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 도약의
발판을 굳혔다.

세계 TFT LCD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점유율은 96년 9%에서 99년 35%로
높아졌다.

이같은 성공경험을 다른 유망산업 분야로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중요한 시사점은 기존자원을 전략사업에 옮기는 것이다.

LCD는 반도체와 비슷한데다 이미 관련 산업기반을 갖추었다.

새로운 성장엔진도 기존의 자원.지식을 확장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유망성에 너무 현혹돼서는 안 된다.

인적자원, 기술수준 등 경쟁능력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성장엔진으로 무장하기 위해 우선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3~5년을 내다보는 전략적 포석을 병행해야 한다.

기존 사업으로부터 빼낼 수 있는 여분의 자분으로 전략분야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업들에게 각종 규제는
거추장스런 족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고승철 산업2부장 cheer@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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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고승철 산업2부장(팀장) <>김낙훈 차장
<>문병환 기자 <>오광진 기자 <>차병석 기자
<>정한영 기자 <>서욱진 기자 <>이방실 기자
<>장경영 기자(이상 산업2부) <>조남규 기자(편집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